찬란하게 빛나던 우리의 시대여 언제고 멈추지 않을 듯하던 질주가 멈춰버렸네
말의 여물은 사라지고 우리가 달릴 들판 또한 사라져 버렸네
끊임없이 올라오던 태양의 시간도 끊임없이 내려가던 달의 시간도 어느새 멈춰 저 하늘 위에 유유히 서있네
이리 끝날 줄 알았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네
하얀 구름이 어찌 하얗게 되었는지 알 필요도 알 수도 없는 것처럼 우리의 세상도 이리 되어버렸다네
‘아 높이 떠오르는 시절도 이제 끝났구나 시간의 굴레는 다시 돌지 않으리 끊기는 자들의 시간이 올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끊음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야기해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렵고도 어렵도다
멈춰버린 시간은 돌아갈 길이 안 보이고 사라져버린 들판 또한 다시 생길 기미조차 안 보이니 처참하고 암담하구나
빛이 이리도 환하게 비추는데 어째서 우리는 그 빛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가
우리의 시간은 이제 끝이 났으니 빛이 못 비추는구나
그래 우리는 그림자로 숨어버린 존재이다
모든 것을 비춰주던 태양이 유일하게 우리를 못 비추는구나
‘아! 고해라 그나마 남아있던 시간마저 모래알이 흘러내리듯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지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