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내가 시간이 좀 있고 디자이너/개발자 출신이다보니 나에게 "종식아 나한테 무슨무슨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걸 앱으로 좀 같이 만들어보자."라며 연락하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나는 모르고 평가할 능력도 안된다. 다만, 그분들에게서 보여지는 몇가지 공통점이 꼭 있다.
부족한 내 능력을 좋게 봐 주시는 점은 감사드리지만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가지가 있다.
- 일단 같이 만드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같이 뭔가를 하려면 이쪽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거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스터디 정도는 하면 좋겠다. 그런데 대부분 그냥 관련 지식이 전무한 백지 상태에서 제안이 들어온다. 내가 디자이너면 제안자는 개발자면 좋다. 내가 개발자면 제안자는 디자이너면 좋다. 그런데, 기획만 한답시고 같이 하자고 하면 그건 대부분 날강도다.
아니면 어디가서 돈이라도 땡겨오던가 - 그러니 나 혼자 죽어라 코딩할게 뻔하다. 말도 안되는 소리까지 다 구현해내야한다.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 사람이 갑이 되고, 개발하는
해주는사람이 을이된다. 즐겁지 않다. 어차피 아쉬울게 없는 개발자라면 자기가 만들고 싶은거 더 재밌는거 만들지 남의 아이디어 구현해주는건 별로 재미도 없다. 취미로 한다고 해도 혈압만 오를 것이다. - 아이디어를 평가할 수준이 안되는 내가 봐도 아이디어라는게 대부분 이미 남들이 구현해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 아이디어라는게 정말 누가 봐도 전혀 보람차지 않거나 시장성이 없는 것들이다. (가령, 고양이 먹이주기 알람 같은거)
- 아이디어라는게 기술적으로 구현이 되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안드로메다행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뭔가 같이 할 생각이 있다면 태도부터 다르다." 간 보듯이 말만 던지지 말란 소리다.
- 적어도 개발을 기초적으로라도 배워서 프로토타입이라도 만들어서 함께 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어떨까?
- 개발을 배우는게 어렵다면 차라리 기획서라도
기획서 너무 낭비고 싫지만만들어서 보여주는 건 어떨까? - 하다못해 어디서 돈이라도 왕창 땡겨 오던지, 아니면 정말 멋진 꿈이나 서비스 로드맵이라도 심어주던지 해보는 건 어떨까?
아이디어가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그게 성공할지 아닐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따라서 아이디어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가 똥에서 벗어나려면 그걸 현실화하는 실행 작업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하자면서 간 보듯이 말로만 쿡쿡 찌르면 그건 그 일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는 소리다. 적어도 같이 하기 싫다는 소리일수도 있다. 괜한 사람에게 간보듯이 쿡쿡 찌르면서 시간 뺐는 행동들은 상호간에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
자매품으로 투자판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그 종목 내가 봤던건데, 내가 갖고 있던건데, 지금은 50배 올랐어!" 결과적으로 그 종목으로 50배 수익을 못 냈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제로 수익을 내지 못했으면 아이디어는 그냥 똥이다. 투자를 하다보면 그런 똥은 우리 곁을 무수히 지나간다. 투자 경력 좀 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놓치고 10배, 20배 간 종목이 한둘이랴. 결국은 자기 확신이 없었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실행하지 못했고, 분석하지 못했고, 매수하지 못했고, 홀딩하지 못한거다.
지금 이순간에도 내가 하는 구식 생각을 수천만명이 하고 있을거고, 나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수억명이 생각했을거다. 새로운 생각도 내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수백만명이 생각하고 있을거고, 누군가는 이미 내 아이디어를 현실화 했을거다.
그러니, 나의 귀중한 생각 에너지를 똥으로 만들지 말자. 아이러니한건, 누구나 다 생각하고 있는것이라고 해도 막상 실행해서 결과물로 얻어 내는 사람은 전체 인류의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든, 나쁜 아이디어든, 신식이든 구식이든 이것저것 따지지말고 일단 만들고 실행해보라. 인생이 서서히 달라질것이다. 그리고 이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꾸준히 해야만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저것 입으로 따지기만 좋아하고 실행은 안한다. 그러니 남들이 했건 말건 신경 쓰지말고 일단 결과물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보자. 뭔가 만들어 내는 순간 일단 전체 인류 상위 1% 안에는 들어가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고, 인생을 풀어나갈 실마리 하나를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