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논
비탈진 산의 옆구리를 후벼 파
하루를 열었다.
조알 한 됫박 묻고 돌아오는 길에
열 손가락에 간신히 붙어살던 손톱들은
대꾸도 못하고 따라 묻혔다.
콩밭 사이에 듬성듬성 심은
수수 이삭이
몇 해 자란 소나무보다 커갈 무렵
그의 뼈마디에서 떨어진
자식들이 밭두렁처럼 늘어섰다.
어쩌다 천행으로
비 한 방울 떨어져
모 한 포기 꽂는 날
논두렁보다 먼저
구부러지던 등허리
다랑논을 떠나
가까스로 허리를 펴고 눕자
하늘까지 층계를 놓아주는
아버지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닳아빠진 지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