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
주여
쓸데없이
남의 애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잘 모르면서 아는 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 싶어 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속 얘기 털어 내놓지 못하는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하나 성한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 팔 벌려
위로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 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츠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 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 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