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저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이후로 꾸준히 '의료 자원의 분배'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재해 왔던 케냐 이야기도 그런 측면에서 실습을 다녀온 것이구요.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의료 봉사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무료 의료서비스 제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 끊임없는 인력 및 자원 조달
- 지역사회에 녹아들어가는 것
위의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단기적인 의료 서비스는 만성 질환을 케어할 수 없고, 해당 지역의 의료 산업을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예시를 만들어 보자면 대규모의 의료 봉사팀이 가난한 지역에 있는 백내장 환자들의 수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돌아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의료 봉사팀은 다양한 수술 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었다는 뿌듯함을 가질 순 있겠습니다만, 가난한 지역의 안과 의사의 수는 원래부터 적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지역의 몇 안되는 안과의사들은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의료 인력의 손실인 것이죠.
또한 선한 의도로 봉사하러 왔지만 지역 주민들간의 사회-문화-종교적 갈등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비싼 항공료만 내고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긴밀히 소통하며 계획을 짜야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직접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동화되는 방법이 좋겠지요.
그래서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치열하게 고민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한 Fair Future Foundation 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FFF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단체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무료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이자 창립자인 Alex Wettstein 이 2006년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 지역에 Bali Sari Foundation 이라는 지역 본부를 두면서 현재까지 수 만명의 가난하고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FFF는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밑바탕에는 Fair warung bale(홈페이지 소개글/트립어드바이저-평가가 매우 좋네요.)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지역에 위치한 이 식당은 주로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운영하는 수익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에 필요한 자원 조달을 하고 있는 것이죠.
식당에 가면 1 meal=2 Free medical treatments 라고 크게 쓰여있습니다. 이 곳에서 식사를 하면 '내가 기부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시설도 깔끔하고, 요리도 정말 맛있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우붓 음식점 중에 별점도 높고 상위권에 속해있더라구요.
식당의 판매 수익 이외에도 해외 여러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기부금도 받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금을 모아 FFF에서 하는 일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 무료 진료
흔히 생각하는 의료 봉사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미리 지역에 공고를 하고, 계획된 날짜에 지역을 방문하여 환자들을 진료합니다. 이 곳에서는 2주 플랜을 잡고 1주차에 기획 및 홍보를 하고 2주차에는 실질적인 진료를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충분할 때에는 이렇게 매달 2번씩 반복하는 무료 진료 서비스가 열리게 됩니다. 이야기를 듣기로는 한 번 진료를 나가면 수 백명의 환자가 방문한다고 하네요.
제가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진료봉사에 함께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발리 섬은 7-8월 즈음에 대규모로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서 그 시기에는 무료 진료에 오는 환자 수도 적고 대체로 참여율이 저조하여 진료활동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회-문화적 이해가 부족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클리닉 운영
우붓 지역에 있는 클리닉 입니다. 3명의 의사가 번갈아가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료 진료를 해줍니다.
- 어린이 병원 신축
제가 갔을 때 건물 뼈대는 어느 정도 짓고 내부 공사중이었습니다. 최근 홈페이지 를 보니 외벽까지는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네요. 병원 내부에 필요한 베드, 수술 시설 등이 들어오는게 다음 단계인 듯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 7천만명으로 전 세계 국가 인구 수 4위에 들어갑니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의료 시설은 취약한 지역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FFF의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발리와 같은 유명한 여행지에는 돈을 아낌없이 쓰러 온 사람들이 많지만, 그 근처 조금만 벗어나도 빈민층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니까요. 여행지에 있는 유명한 식당의 지속적인 이익으로 가까운 지역 의료를 돌보는 것. 좋은 선순환이라고 할까요.
혹시 발리 우붓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Fair Warung Bale를 꼭 한번 찾아가보길 추천드립니다. 좋은일에 기부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입니다. :)
앞의 이야기들이 궁금하시면 아래를 방문해주세요 :)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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