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요일)는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쳐져서, 저녁이 다 되어서야
몸을 일으키고, 간신히 밥 한술하고, 또 금방 잠들었습니다.
어제보다는 괜찮지만, 두통이 있어, 약 먹고 최대한 편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독감은 아니겠죠?
연말 연초, 늦은 밤까지 일거리 잡고 과로아닌 과로를 한 탓인지...
아파봐야 건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더니, 지금 그렇습니다.
대상: 중소기업 부장(나이50). 3년 넘게 주말 부부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중학생 자녀를 둔 가장. 대학 선배이기도 한 그는,
10여년 전, 이 회사로 이직을 해, 현재는 나와 다른 사업부에서 일을 하고 있음.
부장: 궁금해 할거 같아서 직접 왔다.
쟈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암 이라뇨?
작년, 다른 사업부로 발령을 받고, 부산 사무소 폐점과
중국 고객사 방문 등으로, 무척이나 바쁘게 살던 그였다.
10년 넘게 나도 해 왔던 사업 분야 였는데, 현재 다른
사업부를 맡고 있는 내가, 다시 그 사업부로 갈 뻔 했으나
작년 초, 이 선배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그는 3년 전부터 주말부부를 하고 있던 터라,
대충 때우는 아침 식사와, 퇴근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술자리에 몸이 이미 망가져가고 있었다.
부장: 지난 달, 12월 하반기 중국 출장 때, 일 마치고,
어김없이 술 자리를 갔었는데, 속이 안 좋아서, 눈치 보며
적당히 술을 마셨거든…숙소로 왔는데, 구토에 피가 나온 거야…
취기가 있긴 했지만, 정신이 번쩍 들더군…
쟈니: 병원에선 뭐라 그럽디까?
부장: 조직검사 결과로는 위암 2기 정도 라는데, CT촬영 후
수술 날짜 잡을 거라는군. 운이 좋다면 좋은 거고…ㅎㅎ
쟈니: 위암이라는데 운은 무슨 개뿔…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부장: 알다시피 고혈압 약과 아스피린을 계속 먹고 있는데,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다 보니, 혈액 응고가 잘 되지 않거든.
위 궤양이 있었고, 술 마신 후 구토를 할 때 피가 나온거라 하더군.
그렇지 않았다면, 피가 굳어서 내시경 하기 전에는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위 내시경을 2년에 한번씩 받아 왔는데, 1년 전 검사때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 이렇게 된 모양이야.
쟈니: 아니 고혈압에 고지혈증에, 약도 먹고 있으면서 술은 또 왜
그리 자주 마시고 다녔어요?
부장: 내가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먹기 싫어도 마셔야 할 때도 있잖아…
작년 부산 사업소 접을 때, 직원들과 마찰도 있었고, 그 스트레스에
머리도 많이 빠지고, 그 때 혼자 자취 하면서 밥도 대충 먹고,
저녁이면 직원들과 술을 마시곤 했는데, 좋지 않을 때 마신 술이
독이 된 모양이야…
쟈니: 꼭 작년이 아니라도, 주말 부부 한다고 내려와 있으면서,
아침도 대충 먹고, 저녁도, 상사들한테 불려 다니면서 술 마시고,
또 후배들 불러서 마시고….그 나이에 생활패턴이 그러면
어디 멀쩡하겠습니까? 위암 2기라고 하지만, 수술이든 치료든,
그 후가 문젠데, 앞으로 어쩔 생각입니까?
부장: 당분간 병가 내고 좀 쉬어야지. 작은 녀석이 올해 중학교
입학하는데, 아빠가 이러고 나타나면…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몸이 이렇게 되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드네. 정말 소중한걸 버리고,
돈을 벌면 뭐하나….돈 버는 목적이 행복하기 위함 인데,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것들을 팔아서 돈을 버는 기분이야…
아이들이 한참 예민하고 날카로울 땐데, 애비는 지방에 내려와
주말에 얼굴 한번 비추고, 엄마도 직장 생활 하느라, 신경 많이 못 써주고,
조만간 CT촬영결과 나오면, 가족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쉽게 말이 안 나올 거 같네…
5년 전, 공장을 이전 하면서, 순차적으로 공장으로 옮겨 내려 왔다.
서울 사무실에서 일하던 우리들은, 대표와 관리직원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들이 내려왔고, 나 역시, 순서에 맞춰 내려와,
1년 정도 주말부부를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아이들이 학교 입학 직전,
고민 끝에 가족을 불러 내려, 여기에 둥지를 틀었다.
저 부장처럼, 이미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경우,
혼자 내려와 주말부부를 하는 경우가 있고, 그들은 또 그들끼리
퇴근 후 뭉쳐서 술을 마시러 다니곤 했다.
함께 회사를 다니다, 퇴사 후 대리점을 운영하던 예전 직원,
뇌출혈로 취침 중 사망(2017년 당시 나이 44세) 고객사 직원,
수면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 (2017년 당시나이 32세)
고객사 부장, 간암 판정 후 2개월만에 사망(올해 1월 당시나이 52세).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회사 퇴사 후, 개인 사업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잘 벌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까지 겪고 있는 입사동기(현재 나이 43세),
현 직장 후배 몇몇…과체중, 고혈압, 고지혈증을 안고 있는 직원들…
그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식사량과 꾸준한 음주, 그리고
운동이나 식단조절이 없고, 병원가기를 극도로 싫어 한다는 것.
그리고 쓸데 없이 고집이 쎄다는 것. 성격은 좋으나,
병원가서 정확한 진단 받고, 생활 개선 하라는 권유의 이야기는
잔소리 쯤으로 흘려 듣고, 해오던 생활 패턴을 그대로 유지 한다는 것이다.
다 큰 어른에게 누가 잔소리 할 것이며, 누가 쫓아다니며,
이래라 저래라 코칭 해주겠는가?
세상 최고의 의사가 와서 이야기 해 준들, 받아들이고 변화할
의지가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소 귀에 경읽기 밖에 되지 않는다.
저 부장은 지금 고민에 빠졌다.
아니, 그런 고민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만한
고민 일수도 있다.
진정 소중한 것을 잃어가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
가족과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지 못하고,
본인 건강 해치면서까지, 상대방 비위를 맞춰가며,
나와 내가족보다, 고객사 담당직원을 살뜰히 챙겨주다,
스트레스에 탈모가 되고, 그 대가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을 진 모르나,
이렇게 병을 얻고 나서야, 자신의 몸과 가족에게 소홀히 했다고 한다.
계속, 이렇게 직장을 다녀야 하는가 하는 고민….
그의 고민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아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것이, 어느새 이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마주할 때 오는 그런 고민들….
쟈니: 선배가 일전에 말한 대로, 지금 이 모습, 각자가 선택하면서
살아온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부장: 그래…분명히 다른 선택도 있었고, 충분히 절제할 수도 있었는데,
결국 내 선택이, 또 건강에 대한 자만심과 거만함이 이렇게 만든 거지.
같이 운동하러 다니자고 할 때, 난 상사들 술자리에 따라 다녔고,
술 마시면서 친분 쌓는게 직장생활, 사회 인맥 넓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 했는데, 이러고 나니, 다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드네.
쟈니: 뭐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말하고 그럽니까.
청승 그만 떨고, 빨리 치료 받고, 완쾌 되어야죠.
그리고 이 참에 아이들과 시간도 많이 가지시구요.
부장: 솔직히 퇴사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만도 없는 현실이 참…
쟈니: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치료하는데 집중하고,
좋은 생각하면서 밝게 지내싶쇼. 몸도 아픈데 마음까지 우울하게 만들면,
그땐 진짜 답 없어요. 선배 성격에 우울하게 있을 사람도 아니지만,
이번을 기회로 삼아서 이제부터 몸 관리 잘하면서 지내야죠.
잔소리 아닌 잔소리와, 약간은 화가나는 듯한 기분은 감출 수 없었다.
한때 나도 같은 일을 했었기에, 더더욱 공감이 되고, 개인보단 조직,
상사와 거래처의 무사안일이 우선 시 되는 직장이라는 곳....
좋으나 싫으나, 좋은 척을 해가며, 또 합리화를 시켜가며 자신을
적당히 숨기고 살아야 하는 직장인들....
나 역시 그러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지만, 너무 오래되어,
그 시스탬에 적응되고 굳어버려, 소위 꼰대가 되어가는건 아닌지,
또는 그렇게 따뜻한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줄도 모른 채,
현실에 안주하는 개구리가 된건 아닌지 늘 스스로 되돌아본다.
스트레스....만병의 근원이라는 이것을 마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있다면 결국,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일 텐데, 그러기엔 너무 빠쁜 일상,
또는 그러기엔 아주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가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진정으로 쉬는 법"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내게 맞는 쉼"을 잘 누리며 살고 있는 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