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 야...쟈니야...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쟈니 : 어..? 이게 누구신가..? 살아있었구만 그래..
니자 : 당연하지...어떻게 지내? 결혼은 했겠지?
쟈니 : 애가 둘이다. 너도 잘 지내지...? 애들은 잘 크고?
대학동기...졸업 전에 만든 동기 모임에 가입하라고
쫓아다녔지만, 닌자는 시큰둥 했다.
그리고 졸업 후, 부친의 가게를 운영하며, 젊은 나이에
나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외제차와 골프채는
그의 일상이 어떠한지 말해주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친구는 여느 동기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가끔 연락이 왔다.
닌자 : 나 결혼해...올거지?
경제적 안정은 빠른 결혼도 가능케 했고, 대부분이
미혼이던 우리들은, 당연히 결혼식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결혼생활이 궁금한 미혼의 동기들....
동기들 : 어이...닌자...신혼생활 어때? 나와서 맥주 한잔 하자...
늘 친구들은 그가 여전히 친구였지만, 그는 동내 호프집의
생맥주대신 근사한 바에서의 양주가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몇번의 호출에 귀찮아 하던 그는 연락이 뜸해지고,
자연스럽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닌자 : 야...첫째 돌잔치 해...와서 밥먹고가...
그렇게 연락이 왔고, 직장을 잡지 못한 친구들도 용돈 쪼개서
애기 금반지를 만들어 돌잔치에 나타나서 축하했다.
쟈니 : 닌자야..oo결혼식인데 와라, 간만에 얼굴이나 보자...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후로 몇 번의 연락을 했지만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연락이 되어도, 다른 친구들의 경조사에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그렇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닌자: 야...다른 친구들도 잘지내지..?
XX 한테 연락했다가 니 연락처 알았다.
쟈니: 에라이....암튼 오랜만이네...사업은 잘되고..?
닌자 : 접었다. 그나저나 넌 어떻게 지냈어?
한참이나 이런 저런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의 의도에
고개를 갸우뚱 할 때쯤..
닌자 : 보험 하나 들어주라...
쟈니 : ..... 결국 그거였냐?
솔직히 좋은 감정이 있던 녀석이 아니었지만, 전화를 걸어온 본심이
확인 된 순간, 그 실망감은 몇배가 되어 다가 왔다.
어린 나이에 실패라는 걸 모르고, 누구보다 일찍 성공을 한 그는,
겸손을 모르는 거만함에 부친에게 물려받은 잘나가던 가게를
말아먹고, 얼마간의 백수 생활 끝에 보험사에 취직을 했다고 한다.
쟈니 : 그래...보험...내 형편에 맞게 이미 들을 만큼 들어놨고, 여유가
된다면 더 있으면 좋겠지...
닌자 : 좋은 상품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거야. 종신이고....
쟈니 : 닌자야... 넌 나를 친구로 생각하냐? 친구로 생각한다면, 그
러면 안된다. 몇 년전, ㅁㅁ 딸이 사고로 죽었을때, ᇫᇫ아버지가
돌연사 하셨을 때, 넌 거기 없었다, 연락도, 안부인사도...
언제나 너는 니가 필요할 때 만만한 상대를 찾아서 니 속만 채우냐?
잘들어...니가 파는 그 보험...니가 연락하는 나를 포함한 친구들...
너 말고 주변에 보험일 하시는 분들 많이 있고, 너보다 그들이 더
가깝다. 사람을 돈으로보고, 도구로 보고, 니가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수있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모양인데, 너에게 없는게,
"사람 보험"이다.
니가 돈이 많을 때, 그 돈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많았을 거야.
니가 돈이 없을 때, 니 옆에 불평 불만 없이 남아있는 사람이 누군지
잘 봐라.
그리고, 대뜸 전화해서 보험들어달라고?
얼마나 급하면 그러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면 안되는 거야.
술 한잔 사달라고, 아니면 밥이나 한끼 같이 하자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겠지만, 그런 용무였다면, 나에게 전화 잘못한거다."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가게를 접은 후,
매일 같이 술과 도박에 빠져, 결국 이혼까지 당했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후엔, 주위에 돈도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고,
매일 찾아오고 연락오던 그 많은 사람들도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보험 회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보고자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있다고...
마음 한켠으론 쓰라림이 묵직한 진동으로 울렸지만,
한편으론, 그의 행동이 괘씸하기도 했다.
돈 관계 이전에,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가끔 어려운 형편의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십시일반
얼마씩 모아서 전달한 경우가 있었다.
물론 받을 생각도 없지만, 준다해도, 그 돈은 또 다른 좋은 의미로
쓰여질 것임을 우리들은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으며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
인맥...
유수연 강사의 어느 강연 한 부분이 생각난다.
"인맥이란 양쪽이 대등해야 인맥인겁니다"
"일방적으로 기대는 인맥은 민폐예요"
"인맥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존재감'입니다"
"존재감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스스로, 존재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지세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에게 나 역시 어떤 존재로 남아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랜만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에겐 최선의 전화였겠지만, 친구들에겐 졸업 후 최초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