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 아파트 단지근처의 자영업자 (나이 50세). 국내 대기업에서 24년 근무 후 퇴사.
가게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작은 3층짜리 건물 소유.
현재 치킨, 닭발 등을 내세운 호프집을 아내와 함께 운영.
쟈니: 한달 매출과 순이익이 얼마나 됩니까?
불닭: (뭐지…이 인간은…) … O..O
쟈니: 일단 무뼈 닭발 하나랑 간장치킨 하나 주세요.
불닭: 포장이시죠?
쟈니: 아뇨. 먹고 갈건데요.
불닭: (진짜 뭐지…이 인간…) 혼자 드시기엔 많을 것 같은데…
쟈니: 사장님이랑 같이 먹을까 하는데요…
불닭: (이 인간이…인간이 아닌가…?) 지구에 온 목적이 뭐요?
지난 여름, 퇴근 하고 집으로 가는데, 느닷없이 시식을 하라며,
가는 길을 막았다. 닭발 시식이라…그것도 대로변도 아닌 주택가 골목에서….
깻잎에 양배추를 얹어 닭발을 싸서 주길래 먹어보니, 불향도 깊고,
향긋한 깻잎과 잘 어울리면서, 양배추가 매운맛도 잡아주어 정말 맛이 좋았다.
주말 밤, 야식이 생각 날 때 종종 포장을 해와서 먹거나,
퇴근 길 술 한잔 생각 날 때면 먹고 오곤 한다.
쟈니: 눈이 와서 그런지, 손님이 없네요.
(솔직히 손님 있는 걸 거의 본적이 없다)
불닭: 그러게요. 오늘은 배달전화도 없네요.
이런 날엔 배달이 그래도 좀 있는데…
늦은 시간, 혼자 찾아간 가게에는 가게 앞 눈을 치우는 사장님과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 아내분만 있을 뿐, 오는 손님도, 배달 전화도 없었다.
마치 조용한 카페인듯…
(첫 손님이 되어버린 나... 덕분에 여유롭게 인터뷰를 했다)
불닭: 에고…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일찍 문닫으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네요. 저도 그럼 한잔 해 볼까요? 매번 혼자 오셔서,
언제 한번 같이 술이나 한잔 했으면 했는데, 잘 됐네요. ^^
나름 우리집 단골이신데…
함께 하자고 아내분께도 이야기를 했지만, 한사코 거절 하며,
집에 먼저 간다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쟈니: 개업 하신지 6개월 정도 되신 듯 한데, 매상이 어떤가요?
닭발: 보시다 시피 조용합니다. 위치도 애매하고, 길 건너에
식당들과 술집들이 모여 있어, 이 방면으로 사람들이 잘 안 오니,
간간히 배달이나, 옆 아파트 주민들이 오시구요…
하루 매상 15만원 정도입니다.
쟈니: 분명 개업 전에 상권 조사도 충분히 하셨을거고,
음식장사다 보니, 메뉴 선정이나, 가격도 면밀히 따져 보시고
하셨을 텐데, 하루 매상이 그 정도면, 순수익도 심각한 수준 아닌가요?
닭발 : 그렇죠. 지금은... 다음 달, 길건너에 극장이 들어서면,
여기가 극장과 저 길 건너 번화가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는 곳이라,
이곳을 선택 했고, 그때까지 존버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오픈 예정인 극장건물..마무리 공사가 한창..
쟈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동인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경쟁심한 치킨류에, 현재까지 이렇게 한산하다면,
입소문도 타지 않았다는 건데, 다른 수입원이 있으신건가요?
닭발: 울산에서 대기업을 24년간 다니다 퇴사하고, 이래저래 새 출발을
하려고 많은 걸 알아 봤는데, 실제 막상 뭔가 하려고 하니 막막하더군요.
오랜 조직 생활도 지긋지긋 하고…
예전부터 봉급 외에 꾸준한 수익을 주는 부동산을 하고 있던 터라,
퇴직금과 부동산 처분한 것을 밑천으로, 근처에 3층짜리 작은 건물을
하나 사뒀습니다. 그리고, 아직 상권 형성이 되지 않은 이 곳에
전세로 가게를 마련했죠. 가게 임대가 안 된다는 이 건물 주인을 만나,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전세를 받았네요. 이 가게 윗층이 저희 집입니다.
물론 그것도 전세로… 건물주도 좋고 저도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한거죠.
쟈니: 오….말로만 듣던 건물주이시군요. 닭발 집은 그저 거들 뿐…
주수익은 건물 임대료.!! 대단하신데요.
그래도 그렇지, 장사가 이렇게 안되는데, 맘이 편하실리는 없을텐데요?
뭔가 다른 걸 또 하시는 듯한 냄새가 닭발 향에 묻어 납니다. 제 코는 못 속여요.
닭발: 아직 회사에 다니는 동기들과 자주 연락을 합니다.
각자들 주워 모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잘 아니,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죠. 주식도 하고 있고….
쟈니: 코인하시죠? (찌릿~)
닭발: 했었죠. 지금은 안 합니다. 조금 벌었다가,
돈 된다 싶어서 좀 큰돈을 넣었는데, 다시 빼서 하던 주식 쪽에
넣는 바람에, 지금은 하고 있지 않네요. 12월인가, 미친듯이 또 뛰던데,
솔직히 그냥 놔 둘 걸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죠. 코인 쪽은 예상도 못하겠고,
등락폭이 너무 커, 그저 해오던 주식이 마음이 편해,
지금은 코인 쪽 투자는 할 마음이 없네요.
쟈니: 자영업으로 성공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닌데,
길지 않는 기간이지만 하시면서 어떤 심정이신지요?
그리고 자영업을 준비하시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 봅니다.
닭발: 제가 얼마나 안다고…ㅎㅎ 그저 이것도 먹고 살려고 하는 거고,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건데,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코딱지만한 가게지만, 그래도 이거 한다고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리며
다녔습니다. 솔직히 이 가게만이 수입의 전부라면, 이미 문 닫았겠죠.
다행히 임대수입과 주식수입이 주라서 버티고 있지만,
가게 매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을 준비하신다면,
전 말릴 것 같습니다.
저나 제 집사람이 요리 자격증이 있거나,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게 치킨이라고 해서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경쟁이 심하죠. 이 가게를 중심으로 반경 100미터 내에 치킨집만 일곱군데 입니다.
그나마 저희는 닭발을 같이 하지만, 아직은 매출이 시원찮네요.
극장 오픈만 바라보고 있는데, 오픈하고 1년정도 더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업종을 변경하던지, 아니면 접을지 그때가서 생각 해보려고 합니다.
창업비용은 기본 1억은 깔고 갑니다. 소자본 창업이라고도 많이 소개 되는데,
쉬운 창업일수록 경쟁이 심하죠. 임대료, 기자재, 인테리어, 준비과정 및
기타 비용에, 최소 3개월간의 유지 비용을 감안하면 최소 1억입니다.
사회초년생의 창업에 있어서 부모의 지원이 든든하다면야 문제없겠지만,
맨손으로 일어서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죠.
지원센터도 있고, 이율 낮은 대출도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요리에 자신 있고,
든든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먹거리가 넘쳐나죠. 아무리 치킨이 맛있다고 해도, 일주일에 몇 번 먹을까요?
이 집 치킨만 시켜 먹진 않습니다. 그리고 치킨만 먹을 수 있나요?
족발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소고기도 먹고 해야죠.
나름 맛집으로 소문 난 곳도 돈을 많이 벌기 까지 엄청난 인고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서 빛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또 알아둬야 할 게, 직장과 비교 해보면, 쉬는 날이 현저히 적죠.
직장으로 따지면, 매일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하는 겁니다.
그나마 장사가 잘되면 돈 버는 재미로 버티는데, 기대 수입에 못 미치면,
몸도 마음 다 엉망이 됩니다.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심정에 가족들과 살갑게
지낼 수 있을까요? 장사 할거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게 운영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봤는데, 100이면 100 하시는 말씀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였습니다. 악착같이 돈 번다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없어서죠. 집에 오면 잠자기 바쁘고,
일어나면, 가게 나가기 바쁘고….집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이 되어버립니다.
퇴직금도, 보너스도 없습니다. 그날 매상이 퇴직금이고 보너스입니다.
대박나서, 돈 많이 번다고 해서 안심이 될까요?
번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 하고, 또 다른 수익원을 준비 해놓지 않으면 안됩니다.
맛집으로 소문 났다가, 한 순간에 문 닫는 가게도 많습니다.
돈 좀 벌더니 서비스가 엉망이라느니, 확장 하고 난 후에 맛이 변했다느니
하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게 가게 확장 하고 직원들도
많이 뽑아 놨는데, 매출 떨어지고, 옛 명성은 사라지고,
재 투자로 가게 홍보도 했지만, 결국 빚만 남기고 폐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 상사 꼴 보기 싫다고 회사 때려 치고 나와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죠.
아~ 이젠 남 눈치 안 보고 내 맘대로 장사할 수 있겠구나 하고 나왔는데,
진상손님 꾸준히 나타납니다. 물론 그 사람들도 보통 사람들이고,
멀쩡한 사람들이죠. 술 한잔 먹으면 일행과 싸우기도 하고, 괜히 가게에 시비걸고…
쌓인 스트레스가 술의 힘을 빌어 터지는 거죠.
진상 손님 아니라도 손님 눈치 엄청 보게 됩니다. 입소문 때문이죠.
옆 가게 주인들과도 친하게 지내야 하고, 건물주한테도 적당한 아부도 해야 합니다.
맛 없다, 불친절하다 한마디면 그 길로 매상 뚝 떨어집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보통 똑똑 합니까? 오늘 어디 갈까 하고 인터넷부터 검색하죠.
좋다는 글 열 개보다가 누군가 이 집 이상하다라고 올린 글 하나가
다른 집으로 발길을 옮기게 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이
많이 생기기까지, 이런 과정을 무사히 잘 넘겨야겠죠.
쟈니: 저는 진상손님 아닌가요? ㅎㅎ
닭발: 대뜸 매출이 얼마냐 물어보길래 솔직히,
“아…이 인간도 똘끼있는 사람인가…”하고 0.78초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아닌 걸로…
쟈니: ㅋㅋㅋ 인터뷰 컨셉이라…ㅎㅎ
"직장은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란 말이 떠오르네요.
대기업을 24년간 다녔고, 나름대로의 수익도 만들어 놓으시고,
가게까지 운영하시는데, 실업률이 높다는 뉴스를 보면 어떻습니까?
취업준비중인 이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불닭: 목표가 꼭 특정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면,
정말 다양하게 돈을 버는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외시장도 있구요. 스펙 쌓고 면접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책에 나오지 않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안되는 돈벌이들이 많습니다.
쟈니: 뭐죠? 뭐죠? 뭡니까 그게~!!!
불닭: 안주가…계란찜도 맛있는데….술도 다 비웠고….
쟈니: (뭐지 이 갑질 당하는 듯한 기분은…)
저, 계란찜이랑 소주 한 병 더 할까요…?
(다음에 또 한잔하자며 문 앞까지 배웅나와준 사장님과 한 컷)
눈 내리는 밤 깊도록 그렇게 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는 직장 생활 할 때 접대자리도 많이 있었는데,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세상 밖,
또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형 요트를 이용해, 부산에서 출발 해서 일본에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일종의 퀵 서비스), 겨울에 팔고 남은 옷을 호주에 넘겨 사계절 내내
돈 버는 겨울 옷 전문 유통인, 폐업 직전 가게를 그 자리에서 현찰로
물건을 넘겨 받아, 이벤트 세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바(Bar)나 노래방 등에 마른 안주만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사람,
전 세계 도매시장을 온 오프라인으로 살펴보고, 매니아 층을 상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 한국 인삼을 직접 선별하고 구매해서 중국과
동남아로 파는 사람, 트럭 한대 몰고 다니며, 시골 어르신들에게 싼값에 직접
농산물을 사서 경매집하장이나, 도매상에게 넘기는 사람 등등….
생각보다 자유롭고, 수입이 좋은 일들이 많다며 한참을 이야기 했다.
무엇을 하든, 돈 버는것에 쉬운 길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세상에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