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자칭 열혈남아의 56세 직장인.
음…단 몇 줄로 설명하기엔 나의 언어적 한계가 있는 재미있고,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 낙천적인 성격이나, 멜랑꼴리 상태에는
어김없이 인터넷 쇼핑 후, 주변사람들에게도 같은 제품을
강매하게 하는, 또 강매 시키고야 마는 영업 출신 중년 아저씨.
써보고 좋으면 주변인들에게 대신 광고를 해주는 입소문의 대가.
업무관계로 만났지만, 사람이 좋아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분.
쟈니: 이번엔 또 뭘 사셨습니까?
열혈: 이야…참…세상에 이런 경우가 다 있네.
쟈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열혈: 돌침대를 처음 써봤는데, 에이’S 뺨따구 때리고 가것어…
침대는 과학이니 뭐니 하더니…
쟈니: 저 돈 없어요. 안 사요. 못 사요. 안 살거예요.
절대 Never~!!! Ever~!!!
10년 전에 그의 신들린 듯한 말에 현혹되어 질러버린 옥장판이랑
메모리 폼 베게.. 아직까지 잘 쓰고는 있지만, 볼 때마다,
뭘 자꾸 사라는 통에 사실 만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인터뷰 요청을 해 놓았는데, 신년 인사 겸 해서,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인사를 하니, 대뜸 점심 먹으러 나가자며, 재촉을 한다.
쟈니: 아니 저번엔 족탕기 사라고 하시더니, 이번엔 돌 침대를….?
열혈: 돌침대에 앉아서 족탕기 한번 돌리고, 잠자리에 누으면,
세상 다 가진 기분이야. 자네도 한번 해보면 안사고는 못 버틸걸?
쟈니: 안 사요, 못 사요. 절대로…. 그 뭐가 됐든,
이사님이 권하는 건 괜히 무서븜요. 안 사요.
열혈: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옥장판 그거 아직 잘 쓴다며?
10년 넘게 탈없이 쓰고 있으면 본전 뽑고도 남은거지 뭐….
암튼 그건 그렇고, 주문부터 하자…어제 술을 마셨더니…
난 해장국 먹고 싶은데…
쟈니: 이미 해장국집 와 계시면서….
이런 식이다. 정신 차리고 보면, 이미 그가 원하는 곳에 내가 가 있다.
언제나 늘 당하는 기분이랄까…음…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열혈: 왜? 회사 관두게? 기자시험 봤어?
인터뷰는 뜬금없이 왜? 내가 뭐 대단하다고…
쟈니: 저번에 술 드시면서 하셨던 이야기가 떠 올라서요. 흥사단.
열혈: 아…하하…그걸 또….별 걸 다 기억하고 있었구만…
인터넷 뒤져봐 설명 잘 나와 있을 거야.
여기서 잠깐…
“흥사단”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1912년 미국에 도착한 도산은 대한인국민회 중앙총회장에 취임하여
교포들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독립운동의 핵심 인물을 기를
새로운 단체의 조직에 착수했다. 그 취지는 청년학우회와 유사하지만
이름은 ‘흥사단(興士團)’으로 하였다.
(발췌 : 흥사단 홈페이지 www.yka.or.kr )
현재, 동숭동 대학로에 자리하고 있으며, 많은 회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참고로, 강남구 신사동의 도산 대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호를 인용한 것으로, 도산 대로변에
도산의 묘원인 도산공원이 있다.
쟈니: 흥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까?
열혈: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공부안하고 판판히 놀고만
있으니까 친구 놈이 날 끄집고 어디론가 갔었어.
거기가 흥사단이었지. 그 놈 형이 흥사단원이었는데,
그 놈도 처음에 그렇게 끌려 왔데… ㅎㅎ 그게 인연이 되었지.
그 때 당시 그 건물에 태권도장이 있었는데, 얼떨결에, 태권도
사범 보조하면서, 거기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 좋은 선배들 덕에
마음 잡고 공부도 하고…. 특히 역사 공부는 아주 그냥 신나게 했지.
우리 세대가 또 보통 세대냐? 데모도 엄청 해 대고, 역사며 철학이며,
맥주집에 앉았다 하면, 밤 새도록 나라걱정 하다가, 싸움도 나고,
경찰서 잡혀도 가고… 그때가 그립기도 해.
쟈니: 맥주가 그리우신건가요? 낮술은 안 좋습니다.
저 운전 해야 돼요. 안 마셔요, 못 마셔요. 절대…Never~!!
열혈: 이 쉐끼가…모처럼 분위기 잡고 추억에 잠기려는데…
내 낭만을 무참히 짓밟는 잔인한 놈…
쟈니: 하도 술을 많이 드시니 제가 하는 소리죠.
건강은 괜찮으세요?
열혈: 건강하지…이게 다 돌침대 덕이야. 참숯으로 만든건데…
이야…자고 나면 숙취 그런거 없어..
쟈니: 자기전에 샤워를 숙취해소 음료로 하십니까?
뻥이 심하십니다.ㅎㅎ
열혈: 아…이 놈은 진짜 낭만을 몰라…너 역사 이야기로 밤새도록
열변 토해가면서 술 마셔봤어? 너 역사 잘 모르지?
쟈니: 이과라서….미분 적분 만 배웠습니다.
뭐 잘 하지도 못했지만….쳇~!
열혈: 에라이~ 너 위화도 회군 어떻게 생각해? 그게 뭔지나 알어?
쟈니: 뜬금없는 질문은 제 껀데…. 음…뭐 암튼….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군사 이끌고 돌아온 거잖아요.
에이…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알죠.
열혈: 그럼 그거 잘 한 거야 못 한거야?
쟈니: 딱 거기까집니다…이과라서….콜록콜록….에취~~
(감기 걸린 척) 돌침대가 어떻다구요?
열혈: 이봐 이봐…이게 문제야…껍데기만 배우거든…
학교에서 역사 안 가르치고 맨날 영어 수학만 디립다 가르치고,
머리에 쑤셔 넣으려니, 이렇게 되는 거야. 지 생각이 없어.
왜 그랬나 생각을 안해. 잘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각자 생각이 있을 건데, 그런 생각들을 풀어 놓지를 않으니,
헛 똑똑이들만 많아 지는거야… 자네 생각은 어때? 이야기 해봐…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해장국…
쟈니: 식사하시죠…콜록콜록…(헛기침~)
돌아가신 울 아버지가 밥 먹을 땐 조용히 먹으라 했습니다.
(역시 해장엔 선지국...)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위화도 회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그 이사님의 생각을 들었다. 분명 학교에서 배운 것이었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그것에 대해 내 생각을 이야기 하거나,
토론을 해본적은 없었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그런 자리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기에, 나의 젊은 시절 술자리는
그의 젊은 시절 분위기와 확연히 달랐다.
(인터뷰를 마치고 직접 가본 흥사단.)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 위치...)
(첫 가출때 마로니에 공원에서 아침을 맞이 한 그때가 떠로르는...)
쟈니의 가출 시리즈 참고(아래)
[생에 처음 가출 #1] 가출이야기와 노래의 콜라보
https://steemit.com/kr/@jhani/7czzuy-1
[생에 처음 가출 #2] 펜팔 그녀...
https://steemit.com/kr/@jhani/3zfvcw-2
[생에 처음 가출 #3] 미쳐서 헤어나오지 못한...
https://steemit.com/kr/@jhani/2de9fb-3
열혈: 자네가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겠는데, 아직도 위화도 회군에 대해,
갑론을박 하고 있지. 대학때, 흥사단에서 이 주제로 토론 엄청 했어.
아까 말한 대로, 그것이 옳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솔직히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일상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어.
난, 우리회사 면접보러 오는 친구들에게 꼭 물어 보는게,
이런 역사 이야기거든. 몇 년도에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물어봐. 너였으면, 당장 탈락이지.
쟈니: 전 이사님 회사 안 갈 건데요.
열혈: 나도 너 절대 안 뽑아. 돌 침대 안 사면…
쟈니: ㅋㅋㅋㅋㅋ 아니 돌 침대회사 주식 사셨어요?
돌 침대 반만이라도 저 좀 좋아해 주시면 제가 업고 다니겠습니다.ㅎㅎㅎ
열혈: 암튼, 그때 당시, 고려는 명나라와 원나라 이렇게 국경을
맞대고 있었고, 고려는 양국 눈치 보면서 외교하고 있는데,
명과 원이, 한바탕 하고, 명이 이겼단 말이야. 그러고 나니까,
명이 고려에게 땅 내놓으라는 거야.
“어이, 고려…저번에 너희들 원나라 땅 뺏은 거…그거 내놔”
당연히 고려는 빡치는 거지.
이때 우왕이 “야~ 명 저거 맞짱 함 떠서 밟아버려” 그랬지.
최영장군이 이성계 장군에게 가서 요동 정벌하고 와라 했는데,
이성계는 싫었던거야. 반대를 한거지. 그런데 어떡해.
왕과 최영 장군이 가라는데.... 그래서 가긴 갔는데, 여름이었어.
땟목으로 강 건너기 실패하고, 전염병 도질 위험도 있고, 그래서
가을에 쳐들어 간다고 하는데, 왜구들도 마침 쳐들어오고…..
요동 정벌을 나가면 죽음이고, 명을 어기자니, 반역이고…
그렇게 회군을 한거야.
우왕과 최영을 비롯한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결국 조선을 세운거지.
그거 쿠테타야. 아니, 요동정벌을 왜 안 가냐고? 어?
너 일하기 싫다고, 사장 목 따고, 니가 사장될 거야?
쟈니: 뭔 그런 살벌한 말을… 솔직히 상상은 해봤…콜록콜록…
(사장님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요. 사장님 사랑합니다.)
열혈: 그래…뭐 역사니까, 보는 시선도 다르고, 많은 의견이 있어.
고려말기의 썩어빠진 체제를 잘 뒤엎었다고도 해. 그래도 난 말야,
그때 요동을 정벌 하고, 고구려 정신을 계승한다는 고려의 건국정신을
이어서, 과감하게 치고 나갔어야 한다고 봐.
지금도 친구 놈들 만나서 이런 이야기로 티격태격해. ㅎㅎㅎ.
그래도 말이야. 그 맛에 하는 거야. 니 말이 맞니 내 말이 맞니 하지만,
결국엔 나라 걱정하고, 자식 걱정하는 이야기들인 걸 서로 잘 알거든.
답 없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게 익숙한 사이니까…
나 더러, 꼰대라고 해도 좋아. 뭐라 불리든, 상관 안 해. 하지만 말이야.
학교에서 역사교육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시대에 정부 욕한다고
잡아가진 않잖아. 얼마나 좋아. 토론 하기도 좋은 분위긴데.
나도 우리 새끼 한 놈 재수했지만, 이젠 대학 시험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
프랑스는 대입 문제도 말그대로 주관식, 자기 생각을 적게 한다잖아.
우리는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건지 ….에휴…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
흥사단 덕에 나도, 역사공부 참 좋아하게 됐지.
자네도, 역사책 많이 읽어. 재밌어. 그리고 그런 이야기 하며
늦게 까지 술 마실 수 있는 친구도 만들어 놔.
주식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돈 버는 이야기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 하며,
술잔 기우리는 친구가 있다면, 그 어찌 술 맛이 좋지 않겠나…
쟈니: 음…그러고 보니…그런 친구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최근 촛불 승리에서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 했듯이,
젊은 친구들도 이제 정치나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투표율도 많이 오른 거 보시면서, 기분 좋으셨겠는데요?
어떠셨어요 지난 대선 때…
열혈: 솔직히 나 그때, 울었어. 와~ 진짜 감동적이두만.
화염병 대신 촛불을 들고 거리를 장악한 시민들…
직접 나가서 나도 촛불을 들었는데, 그 현장에 가니까,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어후…
누가 누굴 지지하고, 투표를 하든 그건 민주주의니까 개인의 자유야.
하지만, 사안을 직시하지 못하면 큰일나.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잘 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힘.
그게 역사 공부야.
흔한 말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반복 되는게 아니라,
인간사가 원래 그런 거라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그런 공부가 영어 수학에 밀린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네…
그래서 뭘 하든 일단 건강해야 돼. 운동도 하고, 좋은 거 먹고,
다 좋아. 꾸준히 해야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일 꾸준히 하는게 뭐야 어?
쟈니: 얻어먹는 거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가 끼니 때마다 밥을 차려 주네요…ㅋ ^^;
태어나선, 엄마 젖을 먹고, 지금은 아내가 맛있게 밥해주고….^^
열혈: 잠 자는 거지… 며칠 굶어도 살수 있지만,
잠을 거르고는 못 살거든. 잠을 잘 자야 하루가 개운해…
농담 아니라, 돌침대로 바꾸고 몸이 가뿐해졌어.
쟈니: 저 지금 촛불 들어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돌침대가 싫어 집니다.
그리고 저 돌 침대 알레르기 있을겁니다…지금 부터요..
그가 언젠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일 때문에 만나서, 일 때문에 언성 높아지고,
얼굴 붉히는 경우가 있더라도, 일단은 그 사람은
미워하지마. 일만 빼 놓으면, 친구가, 또는 형 동생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거든.
하지만, 죽어도 저 사람 하고는 상대하기 싫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럴 때는 딱 일 이야기만 하고 끝내.
좋은 사람은, 일 때문에 싸웠을 지언정, 나이, 갑을 관계 불문하고,
일 끝나면 먼저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진심으로 할거야.
그런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일 빼고 나면, 정말 좋은 사람이야. 명심해.
그는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연락하고 지내며, 나의 큰 형님,
또는 막내 삼촌처럼 곁에 있다.
시원하게 욕도 잘 하고, 사소한 것에 감동도 잘 받는 순수 열혈남아.
일로는 티격태격 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자신의 책임을 다 한다. 하지만,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이다.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말을 아낌없이 할 줄 알고,
주위 사람을 먼저 살피는 사람….
역사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자신의 개인사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지에 대해 많이 배운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