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작은 소도시에서 가죽공방을 운영하며, 자신이 직접 만든
가죽 제품을 판매하고,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는 권선생.
여느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렵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남성. 다양한 수입원으로 자신의 공방유지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함.
쟈니: 저...가방 어깨끈이 떨어지려고 해서 수선 좀 하러 왔는데요.
세탁소: 여기서는 가방은 수선 못 해요. 가방은 소재가 두꺼워서
바늘이 부러지거든요.
쟈니: 저...혹시 가방 어깨끈 박음질 가능 할까요?
옷수선: 이런 가방은 안되는데....죄송해요...
쟈니: 저...가방 수선 좀 하려는데요...가능하실지...
구두수선: 여기 구두방이라 가방은...
비싸지도 않은 백팩가방 어깨 끈이 반쯤 뜯어져서,
온 동내를 돌아다녔다.구두수선집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으로 한땀 한땀 바느질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혹시나 하고 들어 가봤지만, 역시나 였고...
구두수선: 참...산 너머, 개울 건너, 주막 근처 당산나무 맞은편에
그런 곳이 있소만...
그렇게 알음알음 찾아 간 가죽공방.
(이 곳이 그가 말한 주막인가..?)
쟈니: 이리 오너라~~~요…
권선생: 척 보니, 가방을 고치러 오셨구만요.
그것도 어깨 끈이 떨어지려는..
쟈니: 헐~ 신내림도 받으심…? 점도 보심?
구두수선 하시는 분과 권선생은 잘 알고 있는 사이며, 내가 가는 동안
두 사람이 마침 전화통화가 있었고, 가방 고치러 누군가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는 못 살지언 정 나쁜 짓
하면서 살면 안 된다는 거다.
쟈니: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언제부터 가게를
운영하셨어요?
권선생: 1년 정도 됐어요. 큰 길가 건물 뒷편이라,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네요.
쟈니: 그런데……오…이거 직접 다 손으로 만드신 겁니까? 지기네…
(부산 사투리..죽여준다. 끝내준다는 의미)
권선생: 그럼요. 천천히 구경 해 보세요.
가방을 이리저리 살피며 수선을 하는 동안, 가게안을 둘러 봤다.
쟈니: 와...이건 얼마죠?
권선생: 그건 700만원이고 작은건 400만원입니다.
쟈니: 그럼 담배곽은..?
권선생: 25만원입니다.
쟈니: 카드지갑은?
권선생 : 15만원...
쟈니: 열쇠고리는...?
권선생: 7만원~8만원...
쟈니: 그럼 제 가방 수선비는요?
권선생: 단돈 1만원
쟈니: 오~~ 싸네요.
가방끈 수선하는데 1만원....과연 이게 싼 건지, 싸게 느껴지는건지...
질문의 순서를 바꿨다면, 1만원이란 소리에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비싼것 부터 물어보니 1만원은 껌값처럼 느껴지는 놀라운 마법이
펼쳐졌다.
쟈니: 직접 만드셔서, 고가인건 알겠는데, 실제 구매 해가시는
분들이계시나요? 솔직히, 좋아는 보이는데, 가격이 후덜덜해서...
판매는 잘 되나요?
권선생: 솔직히, 수제 가방판매는 많지 않아요. 수강생 모집해서
가르치고, 이렇게 수선도 하고 있죠. 옆에 보이는 수제화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수제화는 성수동에서 받아다가 판매만 하고 있어요.
워낙 기성품들이 잘 나오고, 소비자들도, 디자인에 민감해서, 어렵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수제품에 대한 대우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우리나라는 이걸로 밥 벌어먹기 힘들죠. 그래서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쟈니: 수강생모집에, 수선을 해도 많지 않을 듯 한데, 다른 수입원이
있으신가요?
권선생: 뭐...그냥 저냥, 투자도 좀하고...
쟈니: 주식하시나요? 아니면..설마...코인?
권선생: 손님도 코인?
쟈니: (뜨끔) 오~~~~ 이렇게 반가울 수가..ㅎㅎㅎ 돈좀 버셨습니까?
권선생: 시작한 건 가게 오픈할 때 쯤이었는데, 나름 나쁘지 않네요.
비트코인으로 시작해서, 이것저것 사 뒀는데, 아시다시피,
작년 12월에 재미좀 보고, 지금은...ㅎㅎㅎ
쟈니: 의외입니다. 이런 곳의 주인장은 재페토 할아버지 느낌의
외길인생,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말든, 자신만의 작품에만 매진할 것
같은데, 코인이라니..
권선생 : 인천에서 수제화도 만들고 판매도 했었어요. 그렇게 세상풍파
겪으며 젊은 시절 다 보내고, 작년에 고향인 이곳에 와서 가게를 열었죠.
손재주 하나만 있으면, 그래도 밥 벌어 먹고 살던 시절...
그거 다 옛날 이야깁니다.
저도, 가죽 다루는 공구들이며, 개인 물품이며, 인터넷으로 직구하는데,
명품가방이라고 안 그러겠습니까?
(가죽 구멍 뚫는 도구하나가 20만원 이상이라니..)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 이렇게 가게를 운영은 하고 있지만,
우리같은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세상돌아가는거에 더 예민하고
관심이 많아요.
처음엔 저도 코인이 뭔지도 몰랐는데, 친구가 하는 걸보고, 시작했다가,
조금 벌고 나니, 미치겠는거예요. 가게 접고 이쪽으로 올인 할까 했지만,
사람이 또 그렇게는 안되더군요. 그럴 때 마다, 가방만들었어요.
마음도 차분해 지고, 조금씩 완성 되어가는 가방을 보면,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또 현실이라는게 참 냉정하다 보니...저녁에만 코인을 봤어요.
다행히 수익률이 나쁘지 않아, 덕택에 가게도 계속 유지 되네요.
쟈니: 대단하십니다. 절제력이....그건 그렇고, 수강생 중에
이 길로 가려거나, 후계자로 키워달라는 사람은 없나요?
권선생: ㅎㅎㅎ 아직 못 만났습니다. 연세 좀 있으신 분들께서,
취미삼아, 또는 지인에게 선물 하려고, 잠깐 와서 배우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솔직히 이걸로 밥벌이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혹시 에르메스라고 아세요? 엄청 유명한데...
원래 말 안장을 만들던 회사였는데, 말 안장이 튼튼해야 하잖아요.
그 기술로 가방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난거죠.
버킹백 이라고 엄첨 유명해요.
저는 하수에 속합니다. 가죽 다루시는 고수들이 많으신데,
솔직히, 돈 많이 버시는 분들은 극소수에요. 손으로 직접 하시다 보니,
많이 만들어 내지도 못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려고는 하는데,
일거리가 들어오면 그걸 또 안 해줄수가 없거든요, 참 힘들죠.
대량으로 만들고 브랜드화 시키려면, 작업자들도 많아야 하고, 분업화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시장 구조상, 어렵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제화와 가죽가방)
저 가방이 700만원이라고 하니 많이 놀라셨죠?
대부분 그러세요. 아무리 가죽이지만 뭐이리 비싸냐고...
가격에 가방을 맞추는게 아니라, 품질에 가격이 맞춰져야 하는건데,
그 품질을 알기까지, 많이 보고, 자세히보고, 직접 사용해 봐야 그 품질을
알수 있지만, 가격 부터 물어보니, 망설여지게 되는겁니다.
자꾸 비교해서 뭐하지만,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배울 때 참으로 많은
걸느꼈어요. 당장 사지 않더라도 가격을 물어보고, 그 제품이 그만큼의
가치를 하느냐를 먼저 보더군요. 그리고 가치가 된다 싶으면 더이상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가 되던, 만들어지길
기다렸다가, 사 가더군요. 그림처럼, 그 장인이 죽으면 유작이 되어,
오히려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장인들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인정해 주고, 기꺼이 소비를 하는반면,
우리시장은 시간이 더 걸릴 모양이네요.
누구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또 할수도 있지만,
소비시장이 크지 않고, 해외 상품들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보니,
제작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습니다. 저 처럼 물건 떼어 판매도
하고, 수강생도 가르치고, 수선도하고, 코인도하고...ㅎㅎ
이렇게 다양한 수입원을 가져가지 않으면 안되는게 현실이죠.
후계자요? ㅎㅎㅎ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가업을 이어 받으려는 자녀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쪽으로 평생을 바치겠다는 젊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계속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게 꿈이긴 합니다.
꿈을 이루려니, 그때까지 버텨낼 돈이 필요한거죠.
쟈니:하......참....결국 또 돈 문제네요. 지원이든 후원이든 팍팍들어
온다면야, 원없이 만들고, 홍보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있을 텐데...
권선생: 우리나라 사람들, 손재주가 어디 보통입니까?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간 우리나라 선수들 성적보면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거기까지인 현실이 참....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학벌이 우선 시 되는 이상, 그 벽은 안 허물어질겁니다.
많이 배우면 좋지만, 학벌을 대신한 실력이 충만함에도 불구하고,
박봉에 힘들게 일하고, 그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결국 다치거나, 당장의 밥벌이에 허덕이다, 배울 시기도 놓치고,
재능도 사라지고, 이래저래 또 묻혀지고 잊혀지는 거죠...
쟈니: 아...우울합니다...에휴... 많은 사회 경험이 있으신듯 한데,
젊은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권선생: 예나지금이나, 예술은 배고픈 직업인가 봅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못버는 제가 뭔 이야기를 하겠습니까만,
뭐라도 생계유지가 되는 최소한의 수입원은 마련 해야됩니다.
코인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그래야 원하는 걸 할 수있죠.
그게 현실이니까요.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들과 가까이 해야죠.
명인이 되려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서 배워야죠.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하지만 명인이 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번다는건 아니죠. 뭐가 되었든, 우선은 생존유지가 되어야죠.
쟈니: 권선생님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요? 작품을 남기고 싶은가요?
권선생: 돈요....ㅎㅎㅎㅎ 돈 많이 벌어 본 적이 없어서 돈 많이 벌고 싶네요.
돈 걱정 없다면야, 원하는 가죽 쌓아두고, 뭐든 만들겠죠. ^^
그저 돈 걱정 안하고 살았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죠.
쟈니: ㅎㅎㅎ 솔직하십니다. 그래도, 이렇게 공방 운영하시는 거 보면,
자신만의 작품을 남기고 싶으신 듯한데, 모쪼록 원하시는 일 잘되었으면 하네요.
(가방 어깨끈을 고치고 있는 권선생)
(수퍼맨이 잡아 뜯어도 안 떨어질 것 처럼 수선하는 듯...)
이런 저런 이야기로, 40여분간의 수선이 끝났다.
비싸지도 않은 가방 어깨끈을 손으로 기워내며,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은 작은 공방에서 40대를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무르익었고, 비록 사는 방식과 삶의 현장은 다르지만, 서로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알고 있었기에, 초면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던 듯 하다.
거친 그의 손에 멀쩡하게 수선된 가방을 보니,
우리 삶의 고단함을 어루만져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주변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염려하며, 걱정하고, 잘되길 바라며, 조건없이 언제나 옆에서 지켜봐주는 이들...
그렇게 서로 기대어 살며, 서로에게 힘이되어 주는 관계...
스팀잇 또한 그러한 공간이라며, 권선생에게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