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성추행/성폭행 관련 기사가 끊임 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굳이 특정인의 이름을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특히 문화계 쪽의 유명 인사들의 과거 행적들이 계속 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덮어도 다시 드러나고, 부인해도 더 많은 증거가 나오며 발뺌해도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결과에 놀라고 탄식하며, 또 좋아하고 신뢰했던 사람들의 숨겨진 모습들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에라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아프고 부끄러웠을 자신의 과거를 밝혀준 소수의 용기 있는 제보자들 덕분입니다. 이러한 제보가 도화선이 되어 더 많은 용기 있는 제보자들이 나오고, SNS 등을 통해 #MeToo 운동으로 퍼져나가며 계속 해서 새로운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씁쓸함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성추행/성폭행 그리고 더 나아가 불법으로 성을 사고 파는 행위는 우리 사회 가운데 너무나도 만연해 있습니다. 문화계의 인물들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뉴스가 알려졌을 때 파급력이 크고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그들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일까요?
오히려 대중에게 덜 알려졌지만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등의 행동은 아마 이보다 훨씬 더 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만큼 풍조가 만연해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연관된 사람들이 이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넘어갑니다. 반드시 불이익이 두려워서만은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깊이 스며들어있는 결과지상주의, 그리고 성과지상주의의 슬프고 추한 결과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다면 괜찮다는 인식,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의 과정에서의 실수나 잡음 쯤은 눈 감고 넘어가도 된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교수를 만들고, 연기의 화신이지만 술을 먹고 후배들을 희롱하는 배우를 만들며, 비상식적인 기행마저 천재가 내려주는 은혜로 둔갑되는 문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권력에 빌붙기 위해,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접대'를 하고,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리더라는 이유로 오히려 성추행의 피해자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습니다.
잘못한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 쏟아지는 비난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만의 일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며 넘어가고 하진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안 좋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정한 과정과 정당한 노력을 통해 얻어낸 뛰어난 성과인 것이지, 불의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어낸 뛰어나긴 하지만 실은 부끄러운 성과가 아닙니다.
이번 #Metoo 운동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저 이름 알려진 연예인 몇 명의 비정상적인 취미 또는 과거의 실수 정도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 전방위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알려지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자정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잘못된 관행에 대한 결여된 도덕적 의식을 되찾고 이를 통해서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는 결과지상주의, 성과지상주의의 잘못된 폐단이 고쳐지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