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은 언제나 이슈가 되어왔긴 하지만, 특히 최근 들어 강남 재건축 테마 및 가격 급상승 등과 맞물려 더 큰 논란거리가 된 것 같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보는 시각도 달라 더 혼선을 주고 있지요.
집값이 하락하길 바라는 실수요층과 집값이 더더더 오르기 바라는 투자자, 집값을 상승하는 것을 막으려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정부와 졸속행정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의 표출되고 때로는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과연 서울의 집값은 얼마나 비싼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지금의 부동산 가격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버블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어쩌면 아직은 대세 상승의 초입인지도 말입니다.
1.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 추이
우선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 추이를 살펴보았습니다. 분석 대상을 아파트 매매가로 한정한 것은 현재 아파트가 거주형 부동산의 대표성을 띄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격 추이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을 위해 가장 보편적인 면적이라고 볼 수 있는 99m2 ~ 129m2 (비법정계량단위로는 30~39평)인 경우로 한정하여 총 5,815건의 매매건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적은 수는 아니지만 실제와는 일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 부탁 드립니다.
2014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최근 5년간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보면, 6.95 억원에서 10.3 억원으로 무려 49% 가량 상승하였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 ~ 2015년에는 보합세 혹은 약간의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6년부터 연간 23%, 29%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부동산의 경우 액수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율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연 20%가 넘는 증가세라면 과히 폭등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렇다면 서울시 내에서도 행정구역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정구역에 따른 차이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다만 생각했던 것처럼 강남 3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Top은 아니었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가장 가격 증가율이 높았던 곳은 강동구 (102%) 였고, 양천구(76%) > 성동구(74%) > 광진구 (56%) > 용산구 (53%) > 송파구 (51%) 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물론 강남구(15%)와 서초구(47%)도 높은 증가세를 보여주긴 했지만, 비율적으로는 위에 언급된 구보다는 낮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기본 몸집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낮아 보이는 효과도 있겠지요.
증가율이 높았던 지역을 보면 대부분 결국 재건축, 지하철 연장이나 신규 개발 등 건설 호재가 반영되고, 지리적인 이점 (강남과 가까운)을 가진 지역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강동구의 경우 둔촌동의 가격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는데요, 평균 매매가가 7.3억원에서 13억원까지 약 78%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9호선 연장 호재와 함께 둔촌동 지역의 재개발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양천구 역시 목동과 신정동의 재건축 이슈, 성동구는 강남 인근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서울 내 유일한 50층 재개발 허용 지역이라는 부분, 그리고 광진구 역시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와 지구 재정비 계획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내에서도 행정구역 별로 가격 추이 편차가 크다는 점은 향후에도 정부 강남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와 맞물려 강남 인접 지역, 그 중에서도 개발 호재가 있는 쪽으로 보다 선별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2. PIR 지표 추이로 보는 부동산 가격
1번의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는 서울시 부동산이 지난 5년간 상당히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의 절대치만 보아서는 정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인지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는 PIR 지표를 살펴보겠습니다.
PIR이란 Price to Income의 약자로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의미하며, 연간 소득을 전혀 쓰지 않고 모았을 때, 몇 년동안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느냐를 보여줍니다. 기관마다 계산 방식에 일부 차이는 있지만 의미하는 바는 기본적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집을 사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낮을수록 집 장만의 꿈이 현실성이 있게 되는 거죠.
세계 최대 생활 지수 데이터베이스인 NUMBEO 에서 서울시 부동산 PIR 추이를 찾아보았습니다. (참고로 Numbeo 는 크라우드 소싱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로, 지수 자체가 100%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어느 정도 트렌드 파악 및 상대 비교에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참고하였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기준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90m2(약 27평)을 기준으로 한 서울 아파트의 PIR추이는 2009년 21.29에서 2013년 10.43까지 떨어져서 최저점을 찍은 뒤, 다시 반등하여 2018년 현재 18.12 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서울시에서 중위 소득을 가진 사람이 27평 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약 18년 정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2009년도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체감하기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0년간의 고점에 근접하여 부담감은 있으나 아직 조금 더 상승할 여력도 남아있는 상태여서 쉽게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요, 최근 3년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움직임을 볼 때 이처럼 조정 기간을 거치다가 다시 상승인지, 하락인지 추세를 정할 것 같습니다.
3. 세계 주요 도시들과의 비교
이번에는 세계의 다른 주요 도시들과의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사실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싸다 비싸다를 말하기는 다소 어렵지 않나라고 보는 편입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그 상징성을 지니고 있고,또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중심지이기 때문에 (좋은 건 거의 다 갖다 붙여도 되는...) 단순히 서울시 내 주거 수요 외에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별로 부동산 시장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도시간 순위 변동간 지표 차이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힌트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2018년 현재 서울의 PIR 순위는 25위입니다. 총 275개 도시를 대상으로 계산한 것이니 상위 10%에 들어가는 우수한(?) 성적이네요. 1위는 중국 북경으로 48.13, 2위는 중국 상해가 42.84를 기록했습니다. 1위~4위까지가 PIR 40이 넘어가는데 이 중 3군데가 중국이고 나머지 하나가 홍콩입니다. 그 다음 5위인 인도 뭄바이가 28.17로 떨어지니 PIR 40은 현재로서는 '넘사벽'이네요.
반면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프랑스 파리(28위), 도쿄 (63위), 뉴욕(70위) 등은 예상 외로 서울보다 낮은 등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어쨌든 다시 서울을 살펴보게 되면, 세계 도시 순위가 2009년 9위를 기록한 이후로 2013년 137위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25위까지 상승하였습니다. 물론 연도별로 조사에 포함된 국가수가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역시 2013년을 저점으로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4. 서울 집값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과연 서울 부동산 가격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과연 지금 부동산 가격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저평가 되어 있는 우량한 자산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앞서 몇 번 언급했다시피 단순히 가격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경제 성장 및 물가 변화, 소득 수준의 개선, 부동산 자체의 매력도 개선 (재건축 등), 구매 수요, 타 자산 가치의 변동, 금리 변화, 관련 정책 시행 등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부동산 가격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분석해서 적정한 가격대를 도출하는 것은 아직 저로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가능한 몇 가지의 주요 요인들을 분석해서 좀 더 정답(이 있다는 가정하)에 근접해보려 시도해볼 수밖에 없는데요, PIR이 자산 가격 자체의 변동과 소득 수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른 요인들의 영향성을 가늠해보겠습니다.
흔히 PIR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소로 경제 성장율, 인구 밀도, 그리고 교통망을 꼽는 것 같습니다. 경제 성장율이 높다는 의미는 미래 예상 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니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감수하고 살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인구 밀도는 수요 대비 제한된 공급으로 인한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교통망은 도시 접근 여건이 좋을수록 대체 주거 지역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격을 안정시킨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가 ? 하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중국과 같이 높은 성장율을 기록해온 나라의 도시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 하기는 했으나,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았던 나우루 공화국, 이디오피아, 투르크메니스탄,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등의 도시들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반면 런던이나 로마, 파리 같은 전통의 대도시들은 경제성장율과 무관하게 높은 등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경제성장율 자체보다는 현재의 소득 수준과 경제적인 부유함 정도가 더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인구밀도의 경우는 좀 더 높은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CITY MAYOR STATISTICS 에서 발표한 2017년 도시 인구밀도 순위를 살펴보면 PIR에서 1/2위를 기록했던 북경과 상해가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기록했고(반대로 상해>북경 순), 5위 인도 뭄바이 역시 인구 밀도 10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인구밀도 순위 1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들의 PIR도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나 공급보다 수요가 넘쳐날 때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군요.
마지막으로 교통망의 경우, 사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만큼 광역과의 교통망이 잘 되어 있고 또 비용이 저렴한 곳도 드물지 않나 합니다. 실제로 서울시에 직장을 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PIR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더 심했을꺼라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역설적으로 우수한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인해 그 편의성을 누리고자 하는 거주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는 부동산 관련 정책과 투자 수요 측면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 여러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과열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데 중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 예로 2017년 12월 발표된 국민은행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69.8%로 전체 자산의 2/3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국내 경기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 안정화 및 점진적인 상승 유도가 최선의 해답인 상황이죠.
또한 가계 부채가 역대 최고인 1,450조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들 수 없다는 점도 투자처를 찾고 있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단기 유동자금도 1,0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자금들은 낮은 예금 금리 대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으로 분산되어 투자되겠지요. 그리고 보통 규모가 큰 자금일 수록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동산 쪽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유동자금의 추이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하며 단기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현재 시점은 확실히 저평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단기 상승폭이 컸던만큼 당분간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고 대체할만한 지역이 많지 않다는 점, 소득 수준과 자본 수준의 증가에 따라 자산의 가치 역시 우상향 할 것이라는 점, 시중의 유동자금이 많이 풀려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거시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한 좀 더 상승하는 방향으로 추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