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케오가 나간 후에도 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않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버리면 헤어짐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앞으로 인생을, 내내 다케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한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중
일본 3대 여류작가중 하나인 에쿠니 가오리를 몹시 좋아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몇개 빼고는 다시 읽기 싫다
섬세한 감정에 대해 잘 표현하는 작가라고 하고싶은데
특히나 이별 후의 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짧고 간결하게
일본 특유의 무게감 없는 가벼운 표현으로,
그렇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깊숙히 느끼게 하는 그런 무언가가 있는 작가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인데
어린시절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결혼이였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와 동성애자 남편, 서로 알면서 결혼했지만 서로를 아끼는 관계...
여튼 그 소설에 영향으로 나는 프리지어와 슈크림을 아직도 좋아하고
민트쥴렙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울한 날에는 괜히 생각나는 칵테일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전 시트를 다리면 빳빳하고 따뜻한 묘한 느낌이 나는것도 알게 되었고...
낙하하는 저녁은 사실 내용 자체는 말도 안되지만
그 사이사이 주인공 여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표현은
이 사람, 이별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구나 싶은
아니 오히려 이 사람 도데체 어떤 이별을 겪어본걸까 싶은 구절들이 많다.
오늘은 위에 적은 구절과 함께 다른 한 구절이 더 생각나는 날이네
하루하루가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내 바깥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로쏘 중
요즘 공허함을 드라마와 책으로 채우는 기분이다.
그냥 어느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