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있는 중환자 중 말기 암으로 NPO 하시며 TPN으로 연명하시던 분이 있다.
(-NPO : 금식. 구강으로 그 어떠한 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
(-TPN : 총 비경구적영양. 입으로 하는 영양섭취가 아닌, 혈관으로 삶에 필요한 필수 영양분을 공급받음.)
최근 급격히 건강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오늘내일 돌아가실 날 만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내가 나이트 근무를 하고 있는 중에 환자분이 말씀하셨다.
힘이 하나도 없이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시며 하시는 말씀이
"저기.. 선생님.. 시원한 물좀 한모금 마실 수 있을까요..?"
환자는 당시 NPO 상태였고, 구강으로는 그 어떤 것도 드시면 안되기에
환자의 청을 거절했다. 정말 한번만이라도 안되냐고 애절하게 요청하는 환자에게
안된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마시는 간단한 물 한잔이라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고, aspiration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spiration : 입으로 먹은 음식등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가는 것.)
정말 한잔만.. 한잔만.. 하는 청을 어렵게 거절하고,
다음번 근무 선생님께 환자 인계를 마치고 퇴근하였다.
다음날, 근무 투입에 환자분이 돌아가셨다는 인계를 받았다.
환자분은 갑자기 바이탈사인이 흔들리더니.. 결국 돌아가셨단다.
(-Vital sign : 바이탈사인. 생체징후를 말하며 혈압,맥박,호흡수, 체온 등. )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 시원한 물 한잔만 달라시던 그 환자분의 목소리와 얼굴이 떠올랐다.
간절했던 그 표정.. 부들부들떨리는 입술..
머리를 한대 띵 맞은것 같았다.
혹여나 그 환자분은 자신이 곧 죽음에 임박함을 인지하시고,
과거 그가 먹었던 시원한 물 한잔을 회상하시며 그렇게 시원하게 물 한 잔을 드시고 싶어했던 것일까..
그때 물한잔을 드렸었다면, 생애 마지막을 좀 더 행복하게 느끼셨었을까.
그때 절박하게 원하시던 '물 한 잔'을 드리지 못한게,
우리에겐 늘상 정수기에서 훅 뽑아먹어버리는 한모금의 물이지만
그분에겐 그것이 전부이고, 행복이고, 생애 마지막 선물 일 수도 있었기에, 너무 후회되었다.
물론, 원칙적으로라면 의학적 진단에 따라 당시 물 한 잔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드렸으면 안되었지만,
과연 그 원칙이라는건 무엇일까.
당시 내가 그냥 눈 딱 감고, 한모금의 시원한 물을 드렸다면, 나만 모른체하며 드렸었다면..
만약 여러분들이 당시의 담당간호사였던 '나' 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고인을 추모하며, 글하나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