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난방할 정도는 아닌데다, 상쾌한 공기는 좋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거실 바닥이 돌 자재인지라...이제는 맨발로 다니기 조금 힘들다. 최근에 고양이 숀을 화자로 한 소설 1화에서 밝혔듯, 나는 신발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실내용 슬리퍼도 별의별 스타일로 다 갖고 있다.
그래도 집에서는 어지간하면 안 입고 안 신는 게 최고라서 최대한 늦게 개시(?)하는 편인데...아쉽지만 이젠 집안에서도 뭔가 신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직까지는 살짝 쌀쌀하다 싶을 정도로 얇고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정도만 입고 집안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앵클부츠만한 높이의 털신을 신는다. 좀 따뜻해졌다 싶으면 벗고, 조금 쌀쌀하면 다시 신기를 무한반복.
이런 부츠형 털신은 주로 무게도 크기도 좀 있기 때문에, 아마도 털로 된 것들 중에서 고양이들이 눈독 들이지 않는 유일한 아이템일 것이다. 입으로 물어서 질질 끌고 다니기도, 발로 차고 다니기도 힘들기 때문.
물론 털방울이 달린 실내화는 좀 다르다. 특히 젬은 한 입에 들어오는(?) 그 방울 부분만 물어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이 녀석은 실제로, 신발장 자리가 부족해서 베란다에 저장해두었던 내 겨울 신발 중에서도 털방울 달린 것만 귀신
같이 찾아 침을 잔뜩 묻혀놓은 전력이 있다. 그 후로는 계절이 아닌 신발은 전부 고양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뒷베란다에 두고 있다.
젬(자료 사진). 젬은 나와 제일 안 친한 녀석이기 때문에 유독 사진이 드물다.
뒷베란다는...다용도실이라고 해야 되나? 세탁기가 놓인 공간으로, 어차피 겨울에는 열어둘 이유가 전혀 없다. 일부러 집을 춥게 만들려고 맘먹은 것이 아니라면야. 그래도 언젠가는 그곳도 고양이 접근 가능 지역으로 만들어줄 의향이 있다. 일단 비시즌 신발들을 어떻게 보호할지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그건 그렇고, 요즘은 7~80년대 음악을 자주 듣고 있다. 가령 이런거.
Pilot, Magic
좋아하는 영국 시트콤에 잠시 나와서 알게 됐는데, 정말 어설픈 립싱크 같지만 노래는 재미있다.
간혹 가다가 가수 개인에도 크게 관심은 없고 목소리조차도 취향이 아니라서 그저 그렇지만, 좋아하는 곡은 꽤 많은 경우가 있다. 내겐 죠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그런 경우인데, 노래방 가면 조용한 노래 잘 안 부르는 나도 그의 Kissing a fool은 거의 꼭 부르는 편이다. 발라드는 거의 부르지 않는데도.
물론 노래방에 죠지 마이클 노래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다가, 들어서 좋은 노래와 부르기 재미있는 노래는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에 그렇다. Kissing a fool은 의외로 부르기 재미있어서 자주 부르는거고, Faith도 그런대로 재미있다. 의외로 Freedom은 노잼이고, 집에서는 얌전히 듣고만 있지 못하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Let's dance도 클라이맥스 부분을 제외하면 부르기에 크게 재미있진 않다.
어쨌든, 요즘 들어서 제일 맘에 드는 죠지 마이클 노래는 아이즐리 브라더스 원곡의 커버곡이다. 커버곡이라지만 딱 착붙!
죠지 마이클, *For the love of you*물론 본인이 쓴 노래 중에도 괜찮은 게 많다. 요 며칠 동안은 듀오 웸(왬?Wham)시절 노래도 좀 들어봤는데, 사실 그 당시 노래는 좀 생소했다.
Wham의 Everything she wants
거기다가 딱 아이돌 출신임이 실감되는 요 뮤직 비디오는 처음 봤다. 가사는 뭔가 빌리 진을 연상시키고, 멜로디든 편성이든 다 뭔가 부모님 세대가 젊었을 때 유행했을 법한, 어디서 들어봤는지도 모를 가요 댄스곡의 느낌도 난다. 물론 부모님 세대라는 얘기고, 젊을 때부터도 가요나 팝 안 즐기신 우리 부모님껜 해당 없음. 생각해보니 더 이전 세대 팝은 좀 좋아하신 듯 하다. 어쩌면 나도 그런 특성을 닮아서 옛날 노래들을 잘 찾아 듣는지도.
참, 요즘은 고양이들 중에서 유독 까뮤가 신경 쓰인다. 하는 행동으로 봐선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확실히 나이가 8세 정도 넘어가고 있다 보니까...식빵 굽는 자세도 가끔은 불편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 기분 좋으면 토끼처럼 깡총거리면서 와서 꾹꾹이를 하고 간다.
이 녀석은 원래 키우던 주인이 유학 가면서 내게 맡긴 아메리칸 숏헤어인데, 몬티의 첫째 마누라로 데려온 놈이다. 그 전에도 다른 주인이 있었다고 하니, 내가 세 번째(그리고 마지막) 주인인 셈. 내 기준으로는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다온 티가 난다.
가령 지난 주인 집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 있는데, 하얀 실을 목걸이에 연결해서 어딘가에 묶어두고 있었다. 처음엔 사진에 무슨 하얀 줄이 있나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무슨 합성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실이다. 그리고 그 집에 까뮤보다 더 아끼는 큰 개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마도 혹시라도 개를 자극해서 물리거나 하는 일이 생길까봐 그렇게 묶어두었겠지. 하지만 고양이를 집안에서 묶어둔다는 것은 산책을 자주 데리고 다니는 큰 개를 마당에 묶어두는 차원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또한 까뮤는 내가 데려올 때부터 과체중이었는데, 신장이 약한 것인지 당뇨끼가 있던 것인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표가 나곤 했다.
가령 길에 버려졌던 몽땅을 데려왔을 때는 거의 모든 애들이 칼리시 바이러스에 옮아 독감을 앓았었는데, 그때 요로 문제 증상을 보인 유일한 아이가 까뮤다. 결석이 있다거나, 지금까지도 감염되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수의사가 딱 집어 말할만한 문제는 없는데, 같은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아홉 마리 중에서 유독 얘만 그런 문제를 겪었다는 건 아마도 신장이나 요로가 취약해서겠지.
왼쪽의 아메리칸 숏헤어 회색 태비가 까뮤
까뮤는 내가 데리고 살면서 체중이 많이 줄었다. 혼자서 운동장 뛰듯이 헐레벌떡 뛰면서 운동하던 귀염둥이인데, 몬티의 작은 부인과 그 새끼들에 의해 지위(?)에서 밀려나면서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나이도 있고, 앞으로 더 특별히 잘해줘야지.
아까 낮에는 까뮤가 어디로 사라진건지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었다. 거실이 크기 때문에 아이들이 내 시야에 항상 들어오지 않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게다가 베란다나 다락에는 직접 가보지 않으면 도통 알 수가 없으니까. 근데 까뮤의 행동 반경은 상당히 좁다. 다른 아이들, 특히 루라는 놈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베란다도, 다락도 까뮤가 갈 만한 공간은 아니다. 그래서 한참 불렀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컴이 종료되었다. 알고 보니 까뮤가 내 PC위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케이스 디자인상 종료 버튼이 위에 달려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고양이가 밟아 강제 종료를 시키는 일이 생긴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잠시 부들대지만, 뭐 어쩌겠는가. 매장에 가서 고르지 않고 방문으로 모든 걸 해결한 내 탓이지. 원래는 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봐주는 친구가 있었는데...암튼.
암튼...까뮤가 PC위에 앉은 걸 뒤늦게 알아챈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 책상에는 일반적인 책상 다리가 아니라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널빤지 모양의 다리가 받쳐주고 있는데, 뒤쪽으로 PC를 놓을만한 공간이 있다. 그래서 굳이 고개를 책상 아래로 넣어보거나 일어나서 옆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PC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 앉아서 좋을 것도 없을 테니, 뭔가 위에 올려둬서 냥석으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PC가 필요 이상으로 열 나게 하지 않으면서 올려둘 만한 적당한 무게의 물건이 잘 생각나지 않아서 문제일 뿐.
아, 어제는 1식을 관둬야 하나 정말 심각하게 생각했다. 장시간 공복을 겪으니 위산으로 인해서인지 쓰린 현상이 있어서...근데 어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현상이 없다. 바꾼 점이 있다면, 먹는 시간을 좀 늘렸다. 1시간 만에 다 먹고 나머지는 공복으로 두곤 했었는데, 이젠 그냥 천천히 먹어서 몇 시간 정도 끌기로 했다. 일단은 이렇게 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