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상류사회>(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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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욕망의 사이
<상류사회>(2018)

자본은 히드라와도 같아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그 괴력을 뻗친다. 재벌과그 주변에서 기회를 엿보는 열렬한 신분상승주의자들에게 거대 자본가는 저항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일 뿐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삶의 전형대로 환영을 쫓아 맹목적으로 고군부투하는 젊은 커플의 생존 드라마다. 감독은 다소 식상해 보이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의 통속적 구조를 영화로 가져왔다. 이 영화에서 상류사회로 진입하려는 의기양양한 젊은 커플이 겪는 고난은 현실의 비정함을 드러낸다. <상류사회>의 거울은 재벌과 상류사회를 꿈꾸는 이 부부의 욕망을 과장하는 왜곡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상류 사회를 둘러싸고 현사회의 모습을 규정하기란 실상 불가능하며 다만 상류사회를 욕망하는 인물을 거울에 비춰 보일 뿐이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품 부정 경매로 재벌의 탈세를 돕던 수연은 대기업 미술관의 관장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녀는 욕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매달린다. 일시적 탈선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위기에 몰리자 수연은 폭로를 당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폭로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키고자 한다. 파일이 담긴 USB를 남편에서 먼저 건네줄 정도로 그녀는 당당함에만 집착한다.영화에서 그녀의 실패는 자신의 뻔뻔스러움이 자랑스럽다는 말로 해결되지 않는다. 태준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려는 신분상승의 욕망에 흔들린다. 본래의 순수함은 퇴색되고 비서의 유혹에 외도를 저지르게 되고 아내에게 처신잘하라는 경고를 받는다. 수연은 자신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말하며 넘기지만 사실 그녀 역시 외도사실을 숨기고 있다. 이들의 탈선은 거대한 적앞에 맞선 겁 없는 패기에 대한 처벌을 가져온다.
영화에서 돈과 명예를 위해서 치루어야 할 희생이란 값비싼 것이며 개인이 가진 모든 것과 맞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수연과 태준은 신분상승 욕망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재벌과 맞서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설정이 넘을 수 없는 벽을 그대로 남겨둔다는 치명적 결함, 막장 드라마의 스타일은 현실의 문제에 매스를 가져다 대기 보다는 시선을 회피하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간다.
수연은 미술관 청중들 앞에서 고해성사를 감행한다. 아킬레스건인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위에 공개하고 자신의 당당함을 주장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영화는 내내 이어졌던 강박적인 충동을 모두 소진하고 나서 그토록 패기넘쳤던 커플들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재벌과 승산없는 싸움을 계속 하든지 아니면 조용히 물러나든지. 수연은 싸움을 중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관장직을 내려놓고 작은 미술관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햇살이 비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에게 일종의 은총이라고 해석한다면 그것은 저항의 힘을 잃는 것이 아닌가? 감정없는 여인이 되어 명예를 움켜쥐려던 욕망이 자본의 위력에 밀리는 것은 안타깝기 보다는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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