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경매로 제법 기반을 잡은 형님이 한 분 있습니다. 3년 쯤 연락이 뜸하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를 놀래킨 적이 있는데, 자그마한 회사 하나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부동산 경매 전문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형님의 재기 스토리
소주 한 잔 기울이며 3년 간의 파란만장했던 스토리를 듣는데,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멋 모르고 경매에 뛰어들었다가 풍비박산이 났고, 자신이 전문 업자한테서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해 호시탐탐 한 대 두들겨 패주려 하던 차에 그 사람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 이보쇼. 당신 입장에서만 생각치 말고 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순간 형님이 깨달은 바가 있었던지, 죽자 살자 이 사람을 좇아다니며 일을 배웠고 경매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지와 잘못된 판단으로 망가졌던 자산을 다시 일으켜 세워볼 만큼의 안목도 지니게 되었죠. 이후 참여한 경매마다 성공하며 승승장구했고, 마침내 처음에 잃었던 자산의 몇 십배를 벌 수 있었다고 합니요.
- 형, 씨드머니는요? 다 날렸었다면서요?
이쯤되니 궁금하더군요. 경매란 것이 나름 자본금이 있어야 벌일 수 있는 일일테니... 헌데 형님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전 정말 상상도 못할 대답이었죠.
- 그림을 그려서 팔았지.
그것도 잘 나가는 재벌가에 말입니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그 형님의 노하우고, 비록 얘기는 들었다고 하지만 제가 직접 해 본 방법도 아니니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방법으로 그림들을 직접 그려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았더군요. 오죽했으면 제가 이렇게 얘기했겠습니까?
- 형, 혹시 나 결혼이라도 하면 인간적으로 그림 하나만 그려줘.
- 형, 그림에 싸인하는거 잊지 말고! ㅋㅋ
■ 실물(그림)에 대한 판단
제가 운이 좋아 이 형님에게서 그림 한 점을 선물 받거나, 좋은 가격에 그림 하나를 매입하게 되면 그 그림의 가치는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림이란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들이 있을텐데요, 제가 그림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 그림 자체의 미학적, 역사적 가치
- 입상, 또는 전시 경력
- 다른 작품의 기존 판매가와 구매처(누가 구매해 주었냐도 중요하겠죠)
등등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정말 이 형님의 그림을 좀 장만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든 훗날 이 형님의 작품 한 점을 제가 소유하게 되었다고 할 경우 진품인지 위작인지 판단하는데 몇 가지 중요한 확인 내용이 있겠죠.
- 그림에 적힌 서명
- 화풍, 패턴
- 작품 탄생을 추정할 수 있는 기록
- 형님과 저의 관계
등등을 두루 점검하면서 진품 판단을 하지 않을까요?
■ 블록체인의 여지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제가 그 형님에게서 그림 한 점을 얻거나 구매하게 된다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어떤 방법으로 증빙을 해놓아야 할까요? 아마도 가장 먼저 블록체인을 생각했을 겁니다.
- 위변조 할 수 없는 데이터 무결성
- 모두에게 오픈된 공정한 기록
훗날 진위를 가리는데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