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순박한 처녀가 어느 회사 사장 여비서로 채용되었다.
아직도 여고생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이 여비서는 툭하면 붕어빵이나 순대 등을 사가지고 와서 나눠 먹곤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음식들을 사장님의 손님 접대에도 서슴없이 내놓곤 했다는 것이다.
60이 넘어 머리 허연 사장님과 바이어가 붕어빵과 순대를 우물거리며 거액의 수출 상담을 심각한 표정으로 벌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음식들이 외국 손님들과의 협상에서 신선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고 한다.
문제의 그 날. 사장실에선 정말 중요한 빅바이어와의 상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메뉴가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시뻘건 떡볶이였다.
상상해보라. 점잖은 중년 신사들이 뻘겋게 묻은 입으로 영어를 해대는 것을..
곧 닥칠 사장님의 불호령과 떡볶이 접시 깨지는 소리를 직원들은 예감하며 사무실엔 오전내내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협상이 끝나고 외국 손님이 돌아가자 드디어 사장님이 떡볶이 접시를 들고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떡볶이엔 전혀 손도 대지않았던 것이다.
사무실 사람들 모두
‘아, 이것으로 무공해 처자의 붕어빵 행각도 막을 내리는구나’
하고 떨며 이제 몰아닥칠 폭풍우를 피해 자기 자리에서 고개를 파묻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철없는 비서에게 사장님이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이봐, 미스김. 담부턴, 담부턴 말이야, 떡볶이 줄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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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도 같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