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계기로 차이니즈 다이닝 바 '리마장82'에 다녀왔다. 잠깐의 이벤트성 식사를 하러 간 터라 제대로 된 바&레스토랑의 리뷰는 아니다.(광고아님) 어차피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라 바 리뷰를 할 일도 없다. 사실 술은 몰라서 흉내도 못낸다. 잠깐동안 머물며 즐겼던 공간에 대한 분위기와 먹고 온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겨우 정리하는 수준이니 참고하시길.
출처 : luel
'리마장82'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대표들의 이름이 '이수영', '마서우'라서 '리마장'인걸까.(설마..)
'바'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유명할테지만, 한남동에 있다 지금은 청담에 자리하고 있는 유명한 '볼트82'에서 새로 오픈했다는 차이니즈 다이닝 바 라고 한다. 올해 8월말에 글래드라이브 호텔 3층에 오픈했다하니 후기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별로 찾아보지 않았다. 당연히 중국 술과 중국 음식이 있겠거니 대충 뭉뚱그리고 갔다가 입구에서 힙한 음악이 들려 꽤나 당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시커먼 아자씨 한 분이 어두컴컴하고 좁은 복도를 지나 중국 느낌이 살짝 묻어나는 장식과 패턴으로 치장된 내부로 안내해 준다.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곳곳에 은은하게끔 조명을 비추고, 천장에는 화려한 '용' 네온사인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는 주류음악인 힙합장르의 사운드가 제법 크게 들려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 '중국스러운' 느낌이 아니다. '바'의 강렬한 비주얼때문인지 중국인 듯 중국스럽지 않은 세련미가 돋보이는 퓨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알고 봤더니 '세계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오늘날의 바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흥미로운 컨셉트에서 출발한 것이란다. 특히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서구적인 배경인데 사람들이 길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어쨌든 세상은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영향을 받는 중이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 답게 중국스럽지만은 않은 자기들만의 잘 벼린 중화풍 칼 하나를 꺼내보인 셈이다. 족보는 없지만 다양성이 있으니 더 재미있지 않겠냐고 쿨하게 휘둘러 제낀다.
적어도 30대 아재인 내가 느끼기엔 성공적인 아웃풋이다. 하지만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영웅본색'의 피가 흐르는 아재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블레이드 러너'를 좋아하고 취향이 깐깐한 분들이야 흥미를 느낄 수 있겠으나 아닌 분들에겐 다소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타겟이 명확해 보이니 의미없긴 하다.) 2030 여성들에게도 꽤 인기 있을 것 같다.
바에 준비된 자리로 안내받았다. 조금 의외였는데 식사자리를 굳이 빈 테이블들 놔두고 바에 둔 이유가 있었을까 잠깐 의아한 부분이었다. 이 점은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썩 좋진 않은 선택이었다.
화려한 금장식의 식기들부터 눈에 들어온다. 질 좋은 식기를 공수해 온 정성이 돋보였달까. 디테일하게 신경썼구나 싶었다.
개성있는 메뉴, 개성있는 그림.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코스요리라 차례로 나왔다.
먼저 튀긴 한치와 파프리카 퓨레, 사천식 참깨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상큼해 보이는 색감에 퓨레까지 곁들인 걸 보니 정말 분위기처럼 전형적인 중식이 아니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동파육이라도 나올까 기대했다가 양식을 만난 기분. 하지만 의외로 입맛에 잘 맞는다. 고수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깔끔한 맛의 파프리카 퓨레에 찍어먹는 한치튀김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상큼했다.
이어서 코코넛폼이 올라간 매콤한 칠리크랩소스와 튀긴 소프트쉘크랩과 꽃빵.
튀긴 게와 빵을 함께 칠리크랩소스에 찍어 먹었는데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솔직히 갑각류 알러지가 심한 사람 빼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조합이다. (tmi. 근데 나 갑각류 알러지 있음. 익힌거라 괜찮은 듯)
이베리코 돼지의 최고급 부위를 비장탄에 구워낸 요리.
고기의 명성만큼 맛도 좋다. 올려진 아기자기한 적근대가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구는 느낌이다. 고기맛과도 어울리는 듯 이질적이지 않았다. 감자 퓨레에 찍어 한입 먹었더니 갑자기 일본음식만화가 생각날 정도. 고기를 좋아하는 나같은 육식파는 무조건 좋아할만한 압도적인 맛이다.
부추가 들어간 계란 볶음밥.
적당히 고슬고슬하니 입안에서 잘 굴러다니던 밥알들. 다른 요리와 함께 곁들이기에 빠짐이 없다.
튀긴 돼지고기 차슈가 올라간 사천식 단단면.
차슈, 청경채, 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 다 있다. 국물이 있는 면요리를 선택할까 했는데 이 단단면도 좋아서 국물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땅콩소스가 들어가는 탄탄면 스타일인가 싶었지만, 리마장만의 소스로 차게 비벼먹는 비빔면이었다. 소스가 제법 진하고 자극적이다.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나같은 사람들은 당연히 맛있다고 연신 호로록 먹게 될 것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술을 별로 즐기지 않고 식사만 하는 입장에서는 바에서 식사를 한다는 게 좀 불편했다. 친절하고 빈틈없는 서비스를 위한 것이기는 하나, 바 특성상 앞에서 너무 빈번하게 왔다갔다하는 직원들때문에 좀 정신이 없었다. 조용히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자니 시야 바로 앞에서 매번 어른거려 시선을 빼앗기다보니 맥이 끊기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시야 밖에서 대기하는 테이블 식사와는 또다른 경험이라 더 낯설고 이질적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인터뷰보고 알게 됐지만, 프렌치 셰프가 만든 중식 요리는 이런거구나 싶은 즐거운 요리였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바이주나, 추천하는 술을 한두잔 곁들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분위기도 그렇고. 다시 가고 싶은 멋진 공간이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다시 가게 되면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차이니즈 다이닝 바 '리마장82'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