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회사 대표, 무역회사 대표, 인테리어 업체 대표, 패션 디자이너, SG다인힐 대표, 전 미국 대사관 직원(!?). 자칭타칭 미식가라는 이 6인이 모여 만든 옥토끼프로젝트 '요괴라면'을 들어보셨는가. 듣도보도 못한 이 라면은 2017년 12월에 나타나 빠르게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져 한달만에 7만 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 일단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개당 1500원이면 기존 라면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물론 근래 개당 1000원이 넘는 라면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기성 주류 라면이 개당 6~7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라면이라고 만만히 볼 가격은 아니다.
사실 처음 접하고 놀랐던 건 가격이 아니다. 농심(시총 1조 4,781억), 오뚜기(시총 2조 4,596억), 팔도(비상장), 삼양식품(시총 6,170억) 등 수십년간 식품전문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라면시장에 이 정도로 라면을 생산부터 유통까지 시키고 나름 선전하는 구멍가게가 출현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이런 기분이었달까.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한심한 것 같지만 라면은 웬만큼 큰 기업이 아니면 만들기 힘들거라는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기성'에 도전하는 '미성'인가. '아, 이렇게 쿨하고 멋진 일을 벌이다니!'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요괴라면의 탄생비화는 따로 있다. 요괴라면을 만들고 유통시킨 '네오스토어'라는 회사의 대표는 말한다.
'사실 직접제조회사를 지향하지는 않구요, 제조사와 크리에이터, 마케터와 기획자 사이의 다면 융합 플랫폼으로서 포지셔닝하는게 목표인데요, 초기에 회사 규모나 인지도의 경쟁열위상, 플랫폼내 B2B참여자 모집에 한계를 느꼈고, 이에 회사인지도 상승 및 예제적 구조모델 현시를 목표로 씨딩브랜드 요괴라면을 런칭 시켰습니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하고 싶은 플랫폼 사업잔데 이제 막 시작해서 인지도가 너무 굴욕이라 인지도도 쌓고 '우리가 이렇게 잘한다' PR도 할 겸 작은 씨앗 하나 뿌린 거란다. 현재는 인원도 늘렸고 가공식품 외에 패션, 잡화, 리빙쪽으로 영역확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니 나름 적중한 게 아닌가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전했던 옥토끼프로젝트 사이트에 '달괴'라는 딸기맛, 커피맛 달고나도 생기고 다른 식품업체 식품들도 보이는 걸 보니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도 가끔씩 무슨 짓을 하는지 훔쳐볼만한 업체인 듯 하다.
참, 정작 라면 후기를 빼먹을 뻔 했다. 4가지 맛이 있지만 먼저 국물떡볶이 맛과 크림크림 맛을 해 봤다. 시작하기 앞서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면, 봉지패키지 뒷면의 인쇄용 서체 선정과 배경색이다. 가로선이 가느다란 서체에 블랙 배경이다보니 인쇄에서 읽기 힘들게시리 다 먹혀버렸다. 디자이너의 시행착오에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
국물떡볶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마침 집에 있던 소세지와 떡, 완숙란을 곁들였더니 제법 그럴싸한 라뽁이(?)가 되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내겐 조금 심심한 맛이었다. 하지만 먹다보면 또 적응이 되는 합리적인 간이 아니었나 싶다. 평소 즐겨 먹는 진라면보다 확실히 심심한 간이다.
크림크림 역시 조금 심심한 간이지만 설명대로 우유를 섞어서 그런지 고소하다. 냉동실에서 놀던 새우와 소세지를 넣고 역시 완숙란을 곁들였다. 평소 깔보나를 좋아하는지라 은근 고소하니 맛있다.
생각해보니 이정도로 부재료를 때려넣으면 세상 어떤 라면도 다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객관적이지 못한 게 아닌가라는 깨름찝찝함이 있지만, 그냥 묻어두기로 한다. 아직 맛보지 못한 다른 라면도 주말에 뜯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