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그 놈의 관계때문에 하루의 직장생활이 너무 고되었던 어느 날의 퇴근길, 영혼에게 위로와 안식을 줄 책을 찾다가 ‘괜찮아, 안 죽어’ 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에고 죽겄다’ 그 한숨을 들었는지 시니컬하게 툭 던지듯 말을 걸어온 에세이. 저도 시니컬하게 책을 열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생사를 다투는 전쟁터같은 응급실에서 일하던 응급의학과 의사가 어떤 계기에 의해 한적하다 못해 무료하기까지 한 시골 의원에서 진료를 하게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의 원고도 진료를 보면서 여유로운 틈에 쓰지 않았을까 예상이 됩니다. (저도 쉬엄쉬엄 일하면서 중간중간 스팀잇에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하면 참 좋겠네요 ^^;;)
이 동네의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노인들. 2층 계단을 올라오느라 턱끝까지 찬 숨을 고를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진료시간 보다 더 길기 일쑤죠. 그리고 저자인 이 의사, 좀 까칠합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께도 말을 참 멋대가리 없이 차갑게 툭툭 내뱉는.
그런데 책을 통해 이 의사와 함께 다양한 환자를 돌보고 이들과 대화하고 행동을 지켜보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쌓아가는 동안 의사도, 읽고 있는 저도 마음에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의사도 환자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성숙해진다고 할까요.
이 책을 읽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 어린 사람들, 가진 것 없는 사람들, 느린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나보다 잘난 사람보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고 있는지도 모르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절대 나를 기준으로 남을 낫다 못하다 평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많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는 만큼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짧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고 난 후에는 가슴 먹먹한 경우가 많아 바로 다음장을 넘길수가 없을 때도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점점 감수성이 살아나서인지 요새는 책을 읽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가 많네요. 이 책도 꾀나 눈을 많이 깜빡이게 했습니다. 버스에서 주로 책을 보는지라 주책맞게 여러명이 보는 공간에서 눈물은 흘릴수가 없었기에...
이 책을 다 읽고보니 특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가 특히나 생각이 납니다. 관계때문에 힘드신 분들에게도 적잖은 위로를 줄 수 있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께 잘해야지 라는 기특한 생각을 심어준 책.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