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비스팍스 [Ruby Sparks, 2012] - 2018.05.10. (재개봉)
- "내가 너고, 네가 나지."
오래된 연인들은 연애기간이 늘면 늘수록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이 틀리다는 건 아니지만, 오랜 기간 함께했고 사랑하는 기간이 길었다고 하더라도 두 개의 인격체를 하나로 여길 수는 없다. <500일의 썸머> 중 톰이 썸머를 자신에게 맞추려 했던 장면들처럼 <루비스팍스>에서도 캘빈은 루비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다. 여태껏 연애가 그랬듯.
나도 철없을 적 사랑한다는 변명과 핑계로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추려고 했었다. 내가 권하는 건 이상적인 가치이기에 절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고, 이런 이기적인 태도에 상대방은 결국 나가떨어졌다. 그래서 <루비스팍스>를 보는 내내 찔렸다. 있는 그대로 열렬히 사랑해야지. 다시 한 번 나를 깨우치게 하는 영화. 처음 그 사람을 사랑했었던 마음으로 돌아가야지.
누군가를 바꾸려하는 건 상대방도, 자신도 힘들다. 여태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 상대방은 사랑하는 사람의 의견에 맞추어 자신을 잃어가고, 바꾸려는 사람도 한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계속해서 많은 것을 요구한다. 계속되는 딜레마.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색을 존중하는 연애가 정말 성숙한 연애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꾸려는 행동 외에도, 루비가 폴의 조종에서 당했듯 상대방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도 안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루비는 자의적인 행동이 아니었으니 제외하고.. 자신에게 집착하도록 만든 폴이 이후 다시 뚱해지는 것도 관객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으나 사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너무 일에 의존하면 안됨) 사랑을 놓치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