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쓴지 반년이 넘었다.
감성에 취해 쓴 도입부들은 많지만, 한 페이지를 채 넘어가지 못하고 끝났다. 성악과라면 성악을, 국악과라면 노래를, 서양화과라면 그림을 그리듯 나도 글을 써야 하는데 어째 점점 글과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 절필하는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고, 취업이 잘 되는 상경계열이나 공대 쪽으로 복수전공을 하거나 심지어는 전과를 해버리기도 한다. 신춘문예 당선이 되어 등단해도 입에 풀칠하기는 어렵고, 예전처럼 큰 명예도 없다. 한 여자를 놓고 싸우는 두 명의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귀여운 웹 소설 하나 만드는 게 더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로 2차 가공이 되면 돈은 벌 수 있을 테니까.
유명한 작가님도 말씀하셨듯, 소설은 레드오션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소설, 그리고 점차 책을 읽지 않는 대중들. 뛰어난 능력으로 실기에 최초합격해 들어온 친구들도 공무원을 준비하는 시대.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어느 누구의 탓을 할 수가 없다. 소설은 직업으로 삼기 힘들기에 모두가 취미를 추천한다. 그래서 나도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복수전공했는데, 확실히 글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취업은 가까워진다.
물론 한국어보다 영어를, 소설 집필보다 한국어능력시험을 쳐주는 사회에서 밥먹듯 소설을 쓰는 친구들도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프라이드를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친구들. 모두가 버린 숟가락을 들고 계속해서 밥을 떠먹는 친구들.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러움이 더 크다. 나는 겁을 먹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 글을 3일만에 마무리지어버리니..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이 글에 대한 열정이 훨씬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확실하다. 두려움없이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썼으니까. 물론 문장의 완성도나 표현력에서는 지금이 더 앞서지만, 아이디어나 글의 완결성, 양으로 보자면 어렸을 때의 내가 압승이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부끄러움없이 지인들에게 보여주던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문예창작과를 전공하는 친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건, 합평시간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상념이 들어간 글을 7-80명의 사람에게 보여주고, 한 시간 동안 내내 뭇매를 맞는 시간. 특히 문예창작이 주전공인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날카로워지는 잣대. 이 합평시간은 수업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예창작과라면 당연히 자신의 소설 30편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나? 라는 순수한 질문에 한없이 작아진다. 문예창작을 주전공으로 갖고 있으니 당연히 글을 잘 쓸거라는 편견도 많다. 하지만 영어영문학과 재학생들 모두가 영어를 잘 하는 게 아니듯, 문예창작과라고 모두가 글을 잘 쓰지는 못하다.
소설을 쓴지 반년이 넘었다. 첫 번째는, 마음에 드는 소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소심해져 내 글을 지워버리는 것. 세 번째는, 소설로 돈을 벌기에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다는 것. 그래도 계속해서 글을 써야지. 오늘부터는 짐과 편견을 두고, 어렸을 적 글을 사랑했던 나로 돌아가 끄적여봐야겠다. 문학을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