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a's Essay
당신은 모르는 것들
글을 쓰는 이들은, 소재를 찾으려 애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소재 중 하나를 골라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어제 경험했던 이 일도 쓰고 싶고, 오늘 떠오른 이 생각도 쓰고 싶고 같은. 아이디어 수첩이 있다면 너무나 빼곡해서 차마 오늘 무엇을 써야할지 골몰하는 사람이 작가라는 의미였다. 평소 존경하던 작가가 이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애꿎은 손톱을 물어뜯었다. 나는 글 하나를 마치면 금세 소재에 허덕이는 사람. 그러니까, 작가가 아니라는 뜻인가.
그런데 오늘, 실로 오랜만에 많은 소재가 머릿속으로 마구 엉켜 들어왔다. 이유는 겹겹이 찾아온 악보 때문이었다. 부정하고 싶은 소식들을 들으며 슬프고 웃기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불행해야 글이 잘 써지니 행복해지면 안 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렇게 나쁜 소식들만 한번에 모아서 주시는 건가요? 뒤를 잇는 상념들을 마주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들을 모조리 소재로 풀어내라는 말씀이신 건가요.
인스타그램에는 한둘씩 취업했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나는 그간의 노력을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했으나, 문득 그의 노력을 알지 못하는 지인들은 과연 진심을 담아 댓글을 남겼을까. 라는 불필요하고 찐득찐득한 물음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SNS는 자랑하고 싶은 것들만 모아 올리는 공간. 오늘 A 기업에서 떨어졌다거나, B 공모전 최종심에서 탈락했다거나, C 공모전은 서류조차 넘어가지 않았다는 말은 꼭 다무는 공간.
뒤로는 피나는 노력을 했기에 채용연계형을 거치고 신입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나도 대개 결과만 보고 그를 질투와 동경의 대상으로 삼기에 함부로 잘못됐다는 잣대를 들이밀 수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딘가에 취업을 했든,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든 SNS에는 알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수십번, 수백 번의 탈고를 하고 백번 가까이 공모전에 떨어졌더라도 결국 등단을 하면 그 소식 하나만 보일 테니까.
나는 오늘 열렬히 힘 쏟았던 두 개의 공모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친한 지인들에게도 쉽사리 말하기 어려워 입을 꼭 닫았다. 나라도 '잘 될 거야', '그 심사위원이 보는 눈이 없네' 라는 말들을 할 테니까, 그리고 지인들도 내게 그런 위로를 건넬 테니까. 혼자 꾹꾹 피드백을 새기고 탈락했다는 말조차 듣지 못한 원고를 드라이브 구석에 놓았다. 최소 몇 년간은 손길이 닿지 않을 원고들을 보니 속이 아프다 못해 쓰리다.
훗날 어딘가서 성공을 거뒀다면, 이 아픔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은 적겠지.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저도 몇십번이나 떨어졌답니다 - 라는 식으로 말할 수도. 당신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나도 모르는 당신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제는 누군가의 성공 소식을 들으면 그 뒤로 보이지 않았던 눈물과 땀들을 세어 보아야겠다. 또한, 공들여 도전했던 일들이 빛을 보지 않더라도 빛을 향한 계단 한 칸은 되었다는 마음으로.
오늘만큼은, 토닥이고 또 토닥이다 잠에 들 예정이다.
쓰고 보니 평소 올리던 에세이보다 조금 더 무겁네요 😂
읽어주신 모든 스티미언분들, 진심 가득 담아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