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왼쪽 윗어금니가 시려왔다. 잇몸인지, 어금니인지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치과는 가야지 -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가 이틀간 엠티로 속초를 다녀오고 입을 벌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딱 반. 아니, 삼 분의 일이라고 해야 할까. 김밥 끝 부분을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치과를 갔더니 의사가 물었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정신과나 내과도 아니고 치과에서 스트레스를 묻다니. 설마 '스트레스로 인해 치통으로 입을 못 벌린다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했으나 아니었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이를 꽉 물면서 버티고 참다 보니 근육이 쉬지 못해서 굳어버린 것이었다. 의사는 운동선수에게 뿌린다는 차가운 스프레이를 볼에 한가득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호사와 함께 내 입을 잡고 내 입을 벌리기 위해 힘썼다. 통증이 심해 눈물이 났다. 사실, 내가 지금 입을 벌릴 수도 없이 스트레스를 참고 있었다는 서러움에 계속 눈물이 흘렀다.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크게 말하지 않으며 덥지만, 온찜질을 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약국에서 근육 이완제를 받고 나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설악산을 오르내린 탓인가 했지만 그게 원인은 아니었다. 삼 일 전부터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등산을 하면서 이를 물고 걸었기에 더욱 심해질 수는 있어도.
지인들은 내가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우스꽝스럽게 이를 꽉 물며 버티고 있었나보다. 하품할 때도 턱이 아프고, 음식을 씹을 때도 턱이 아프고, 심지어 말을 할 때도 아프다. 홀로 타지에서 겪는 몸살감기 뺨치게 서러운 날이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무의식중에 저작근을 깨무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힘들거나 긴장할 때마다 이를 무는 습관이 있었던 듯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아마, 내가 죽고 난 이후 삼천 년이 지나도 그대로일듯하다. 학창시절에는 스트레스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았었는데, 성인이 된 후에는 입을 벌릴 수도 없는 턱관절 장애 진단을 받다니. 젊은 나이에 고생하면 노후에는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의사는 집에서 마음 편하게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선생님. 저는 당장 내일 과외가 걱정이에요. 말을 많이 해도 괜찮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