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hyunyoa
일주일간 많은 일이 있었다. 2주간 고향에 있다 다시 서울에 올라왔고, 자존감을 올리고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며 자기소개서를 써내고 있다. 무수히 떨어진 서류들과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었나보다. 애인과 크게 다퉜다. 그는 자신이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널 다 이해할 만큼 여유도 없고, 속도 좁아." 그의 말이었다.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섭섭하고, 서운했고, 속상했다. 행복은 더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내 슬픔과 분노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모순적인 행동이었다. 만날 때마다 자신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얘기하는 친구를 조심스럽게 피했듯 그도 힘들었을 텐데.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생각했건만, 다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가지고 있는 고민을 풀어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해 내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무조건 공감하게끔 하는 건 잘못된 행동인 걸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서야 이성적으로 변했다. 내가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받는 건 극도로 싫어하면서, 정작 나는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실수는 오히려 가까울수록 하기 쉬운 것 같다. 애인이 그렇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그렇다. 형제와 남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모두 풀면서, 너는 미워하면 안 된다는 모순적인 말들. 애인과의 다툼 이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라는 한 마디에, 또 자신의 스트레스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지쳤다.
묵묵히 듣다, 처음으로 한 마디를 꺼냈다. "난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수화기 속 정적이 흐르더니, 엄마가 알겠다고 답한 후 끊었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이유로 심리 상담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는, 그리고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너도. 맞아, 우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었지.
최근, 인턴 준비로 인해 스티밋에 뜸했습니다. 다시 힘을 내고 글을 써야죠! 😉 모두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