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15 공동 선언은 한반도의 기류를 바꿔 놓았다.
북한은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남쪽을 향해 번졌고,
경제 협력, 문화 교류는 좋은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점차 늘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남북이 통일하면 코리아가 중국과 함께 세계적인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마지막 분단 국가의 통일이 어쩌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역사의 길에 통일 열차를 세웠던 18년 전, 남북이 발표한 선언은 아래와 같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13일부터 6월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들은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번 상봉과 회담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0년 6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서울 방문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남쪽의 정치 상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하기에는 아직 녹록치 않다는 판단에서 쉽게 방문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남북 문제를 해결한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 조지 부시로 바뀌면서 남북 관계는 다시 경색된다.
조지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한미 군사 훈련을 강화했다.
자주적으로 남북 문제를 해결한다고 찍힌 선언문의 잉크가 무색해지는 듯했다.
북미 대결전에서 핵과 대륙칸단도 미사일으로 북한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결국, 6자 회담이 열렸고, 거기서 2005년 비핵화의 의지와 제네바 합의 이행 약속을 담은 9.19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핵화의 실행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북한의 '핵'대 '핵' 폐기(9.19 공동 성명의 행동 대 행동 원칙), 즉,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핵 폐기하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미국은 북한의 '핵'을 먼저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규모 한미 군사 훈련을 강행했다.
그에 대한 반발로 북한은 다시 핵실험을 강행했고, 한반도에는 전쟁의 그늘이 드리웠다.
북한은 북한의 핵 기술(소형화)과 미사일 기술(핵을 싣고 정확히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였다.
결국, 2007년 다시 6자 회담이 열렸고, 9.19 공동 성명을 더 구체화하며 실천적 의지를 확인하는 2.13 합의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정세에서 탄생한 것이 2007년 남북 정상 회담에서 나온 10.4 선언이다.
실무진 협의까지 약속한 10.4 선언으로 통일 정거장에 곧 도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은 6.15 공동 선언과 10.4선언을 전면으로 부정한다.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 교류, 이산 가족 상봉도 중단되었다.
우리는 미국의 군사적 지위가 지배적인 남쪽이지만, 남한 대통령의 역할도 남북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에서 북미 관계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8 남북 정상 회담은 북미 대결의 연장선 상에 있으며, 비핵화는 미국의 대북 전략 후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 자위력이자 외교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김정은은 열려 있다.' 등등의 발언은 우리가 알고 있는 트럼프와 분명히 다르다.
대결을 반복하던 북미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으며,
빨간 불이었던 통일의 신호등이 파란 불로 변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그랬듯이 다시 통일의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수 있다.
미국이 아직 동북아 지배 전략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8.4.27 오늘, 미국의 동북아 지배 전략이 무색하게 우리 민족의 자주성이 높아지는 결정적인 날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