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감옥에 살았던 송두율 교수가 경향 신문에 칼럼을 썼다.
진정성에 관한 철학적 논의와 북을 둘러 싼 의심에 관한 논의를 담았다.
진정성 없는 비판, 편견과 감정으로 인한 비난을 비판하며,
오늘은 이 칼럼을 공유한다.
다시 우리의 문제로 시선을 돌려보자. 정치에 건 기대나 희망보다는 기피와 멸시, 아니면 체념과 냉소가 지배한 분단체제에서 정치의 진정성이 숨쉴 공간이 과연 있느냐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져 본다. 적어도 ‘4·19의거’(1960), ‘5·18민주화운동’(1980), ‘6월항쟁’(1987) 그리고 ‘촛불혁명’이 그런 체험공간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가운데 내가 우리 땅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건은 4·19의거였고 나머지는 모두 먼 외국땅에서 지켜보았다. 내가 특히 눈여겨본 우리의 정치공간은 촛불혁명과 이를 뒤따른 판문점선언이다. 부패와 무능한 정권을 주권자가 평화적인 수단으로 몰아내어 정치에 있어서 진정성을 회복하고, 전쟁의 먹구름도 걷어내면서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밝은 전망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정치적인 것의 함의 가운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시 70여년을 증오와 불신 속에서 시달려왔던 남과 북이 과연 서로 간에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여전히 거짓말이나 속임수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를 김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에서 나온, 진정성을 담은 발언이라고 판단한다. 직접 대화를 나누었던 문 대통령도 상대방의 이러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기약하는 판문점선언에 서명했다고 본다.
-송두율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