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헤이마켓 시위에서 노동자와 경찰의 피가 거리로 떨어졌다.
"8시간 노동 시간 쟁취"라는 구호는 땅에 피를 쏟을 만큼 절박한 외침이었다.
미국 노동자만 절박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위는 유럽으로 번졌다.
전세계 노동자들이 1989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파리로 모였다.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행동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들은 이 날을 노동자 권리를 위한 연대 실천의 날로 정했다.
이게 May-Day의 시작이다.
유럽에서는 Worker's Day라고도 한다. 즉, 노동자의 날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 날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른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영어로 한다면, 한국은 이 날을 Hard Worker's Day라고 부르고 있는 셈이다.
모든 단어에는 어감이라는 게 있고, 역사성이라는 게 있다.
'근로자의 날'은 뭔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가?
노동 시간 단축이 아니라, 노동 시간 연장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은 나만 받는가?
한국에서 최초로 메이데이를 기념한 건, 노동 착취가 심했던 일제 시대이다.
1923년 5월 1일에 ‘조선노동총연맹’ 노동자 2000여 명이 모여 조선의 독립과 노동자 권리를 찾고자 했다.
해방 이후에 각 단체들은 May-Day 혹은 노동절이라고 부르며 5월 1일을 기념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승만 정부는 대한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전신)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바꿔 버린다.
왜 그랬을까?
당시 독립 운동과 노동 운동의 주류는 좌파였다.
이승만 계열은 우파 세력을 모아서 노동자 조직을 만드는데, 그게 대한노동조합총연맹이다.
대한노동조합총연맹은 서북 청년단과 손을 잡아 노동 운동을 탄압하기도 한다.
이승만 정부가 대한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을 노동절로 바꾼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세계적인 기념일 May-Day를 퇴색시키고, 어용 노조를 노동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1963년, 박정희 정권이 3월 10일을 '노동절'에서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기념일의 명칭만 바꾼 것이 아니다.
박정희는 노동자라는 말의 어감을 바꿨다.
노동자=빨갱이, 노동자=하층민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퍼뜨렸고,
근로자라는 말을 대중화시켰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동자라는 말보다 근로자라는 말을 우아하게 받아들인다.
80년대 노동자 대투쟁이 있고, 민주노조가 설립되면서 5월 1일을 다시 기념일로 바꿨지만,
여전히 한국은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는 유일한 나라이다.
법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지만, 5월 1일은 Hard Worker의 날이 아니고, Worker의 날이다.
Worker를 세상의 주인으로 인정하길 염원하는 날이다.
길거리에서 여전히 권리를 찾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날이다.
Worker의 날에 묻는다. 한국의 노동은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