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쥔장! 이리 와서 앉아요. 황진이 아가씨도. @jaykim99 도-내가 오늘은 믹스커피 아닌 춘수커피를 타드리리다."
노시인은 소중히 싸서 가져온 원두를 분쇄기에 넣고 갈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동작들은 마치 신생아를 돌보듯 섬세하고 정성스러웠다.
황진이: 시인님 덕에 오늘 호사를 누리네요. 오늘 선생님의 시를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선생님의 목소리로요.
시인: 허허 그럴까? 나는 시를 해왔네. 황진이는 뭘 잘하나?
황진이: 저는 남자 꼬시는거 좀 해요.
시인: 꼬실 때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얼른 입맟춰줘요! " 그러는가?
황진이: 아우 그럼 남자들 무서워서 다 도망가죠! 이건 제 비법인데요~공개하자면....산들바람에 후리지아 향기를 보내듯 슬며시 내 마음의 향기만 보낸답니다. 그러면 남자들이 스르르 젖기 시작해요. 그리고 마법에 걸린듯 다가오죠.
시인: 오...훌륭하네! 나같아도 젖어들게야. 제이킴은 노래를 잘 부르려면 이러나? '난 오늘 기가 막히게 잘 부를거야. 모두를 감탄하게 해줘야해! 음정도 박자도 완벽하게 해낼거야! 절대 삑사리나면 안돼!' 이러고 부르나?
제이킴: 그러면 굳어져서 노래가 흐르질 못해요. 노래한다! 라고 생각하지않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고백하고 탄식하고 투정하고 하소연하듯, 그렇게 말하는 기분으로 노래하죠.
시인: 아름다운 대답이요. 쥔장은 이런 스토리를 올릴 때-이렇게 생각하오? '이 포스팅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팅하게 할꺼야!' 이렇게?
쥔장: 그런 마음이 올라오면 스토리가 얼어붙죠. 난 그 화가의 삶과 그림 속으로 먼저 나를 녹여요.
여기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마찬가지죠. 이 찻집의 자신의 공간인 것처럼 자기를 감싸고 흐르는 따사로운 공기인것 처럼 느끼게 해줘요. 심지어 손님인 것을 잊게 하고 손님을 맞이하게도 하고 심부름도 시키고 전구도 갈게 하죠.
시인: 모두 훌륭하게 말해주었소. 시도 그래요. 그저 이야기하듯이..이야기하는데 거기 운율이 있어서 파도소리가 들리고 복사꽃이 벙글게 하는거요. 모름지기 말이 시가 되어야 진정한 득음의 경지라 할 수 있지.
황진이: 시인께선 사랑할 때 시적인 언어를 쓰셨을테니 여인들이 녹아버렸겠어요. 그죠!
시인: 이걸 봐요. 신선한 원두는 이렇게 빵처럼 사랑하는 이의 가슴마냥 부풀어 오른다오. 이걸 브루잉이라 하지. 러브루잉...
제이킴: 감미롭군요. 같은 사랑도 그걸 느끼는 감수성에 따라 훨씬 감미로울 수 있겠어요.
시인님은 사랑 가득한 젊음을 보내셨겠네요.
시인: 허허 그럴까요? 오십년도 더 전일게야. 내가 어느 여인을 봤어요. 그리고 뭔가를 느꼈지.
느끼자 가슴 바닥의 심연에서 말이 솟아올랐어요.
난 저 여인에게서 뭘 느낀거지? 이상도 하다. 이 감정이여!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꽃인듯 눈물인듯 어쩌면 이야기인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그런 말이 서풍처럼 불어오는것이야. 내 뺨으로...스쳐지나가는 것이야. 그런 언어들이-
제이킴: 아! 가사로 만들어서 노래로 불러보고 싶은 언어의 구슬꾸러미네요!
시인: 그러나 이걸 고백할 수 있을까? 시인이 고독한 것은-그 사람의 뒤에서 시를 홀로 읊조리기 때문이려니.
막상 그 앞에서는 초마냥 타올라 촛농처럼 녹아버리고 꼭 지나간 뒤에 시어가 물밀듯이 밀려오는거라.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듯 눈물인듯 어쩌면 이야기인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황진이: 가슴...아파요. ㅠㅠ 왜 이러지? 내 사랑의 기억도 아닌데...왜 눈물이 나죠?
시인: 그게 사랑의 묘한 모습일세. 니 사랑 내 사랑이 벽이 없어! 저 하늘이 모든 땅을 감싸듯이.
사랑의 온도 앞에선 너와 나의 벽이 녹아버리고 感이 하나되어 動하니 그걸 감동이라 하네!
황진이: 시인님! 사랑해도 될까요?
쥔장: 누구를? 너 혹시 시인님을?
시인: 쥔장, 어쩌면 그 질문은 잘못된 거라오. 사랑은 그저 사랑이요. 자 커피를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