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할아버지가 첫째녀석과
놀아주는 덕분에
모처럼 나만의 시간을 갖고
책을 읽었다
일전에 썬던
전국의 부장님들께 드리는 글
<https://steemit.com/story/@holic7/3fvd69>을 쓰신
문유석 부장판사님의
'미스 함무라비'라는 책이다
이 책은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판사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읽는 동안 주진모, 최지우 주연의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생각났다
남편(원고)이 부인(피고)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청구를 한 사건을 다룬 글에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
기나긴 합의를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한 한부장은 중학생인 두 딸이 자고 있는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요즘 키가 훌쩍 커서 아가씨 테가 나기 시작한 녀석들이지만 자는 꼴은 예닐곱 살 때 종일 토닥거리다가도 잘 때면 둘이 꼭 부둥켜안고 자던 모습 그대로다. 이제 둘이 자기에는 비좁아 보이는 낡은 침대인데.
한부장은 침대 맡에 앉아서 딸애들의 머리칼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왜 아이들은 이렇게 빨리 커버리는 걸까
화장대 위에는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유치원 때의 녀석들 사진이 놓여있다
이제는 저 새끼 오리 같던 시절의
녀석들은 영원히 다시만날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자 주책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녀석들 없이 난 살 수 있을까. 한부장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판결 선고 날, 피고는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원고는 간절한 표정으로 한부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읽으려던 판결문을 내려놓고 원고를 쳐다 보았다
"원고는 둘째 딸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게 뭔지 아세요?"
원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벌레래요. 나방이 제일 무섭지만 다른 벌레도 모두. 그럼 첫째 딸의 요즘 소원이 뭔지 알아요?"
"......"
"걸그룹 에이핑크 공연 보러가는 거래요..중략"
한부장은 원고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모두 하나하나의 새로운 세계에요. 원고가 꿈꾼 마당 넓은 시골집은 아름답지만, 아이들의 꿈은 아니에요.
아이들은 이미 자기 세계 속에서
자기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훌쩍 먼저 커버리지요."
★
요즘따라 같이 놀아달라고
엄마 주위 뱅뱅도는
에너자이저 첫째녀석
미운짓한다고 화내도
금세 와서 씨~익 웃으며
엄마를 찾는 첫째녀석
첫째녀석이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언제 이렇게 큰건지..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들면서 귀찮고 쉬고 싶다고
놀아주지 않은 나를 반성하게된다
책의 마지막 문구....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고
훌쩍 먼저 커버리지요
란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내일은 핑계대지말고
지금 이시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네살의 첫째녀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