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둘째녀석 돌촬영을 앞두고
준비하느라 마음이 급하다.
주인공은 둘째녀석이지만
엄마인 나도 사진을 찍으면 잘나오고 싶기에
큰맘 먹고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앞머리 숱이 많지 않은 엄마는
머리가 빠진다며 그동안 염색도 미루셨었다.
눈이 쌓여있는 것 같은 앞머리가
내심 눈에 거슬렸었다.
염색만 해도 몇 년은 더 젊어보이는 엄마였기에
내내 마음이 쓰였다.
내가 딸이라서 그런지
나이가 들었어도
엄마가 예뻐보였으면 좋겠다.
나이보다 늙어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우리 둘 키우느라 고생하셨으니
그동안 못하고 참아왔던 것들을 해보길 바랬다.
그래서 머리하러 가는 김에
엄마도 염색을 해드리고자 마음 먹었다.
엄마는 여느 때처럼 머리하는 데 돈이 든다며
집에서 염색하시겠다고 했다.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둘째녀석 돌촬영 사진에
잘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핑계로
끝내 모시고 동네미용실에 갔다.
어떤 색으로 염색을 할까 생각하며
염색판을 보고 있는 엄마의 눈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가 무슨 색으로 염색할까 물어보셔서
나는 어차피 염색은 몇 달 후면 빠지니
마음에 드는 색으로 하시라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밝은 갈색으로 결정하셨다.
그러고보니 엄마와 함께 미용실에 간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것도 결혼하고 나서였다.
아빠의 퇴임식이 있어서
그때도 사진촬영을 해야한다는 핑계로
모시고 갔었다.
그때도 엄마는 염색하는 게 비싸다고
안해도 된다고 말씀 하셨지만
완성된 머리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뭉클함을 느끼며
내심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엄마는
염색을 마치고 머리를 다듬고나니
한결 멋스러워졌다.
엄마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앞 뒤로 보면서 꽤나 좋아하셨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역시 모시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동안 이 작은 것 하나도
같이하지 못했을까..
엄마는 그동안 말씀하지 않았지만
예쁜 옷도 맘껏 입어보고 싶고
머리도 예쁘고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예쁜 옷을 사드리거나
머리를 하고 난 이후엔
항상 행복해 보이셨기에..
다음에는 엄마의 멋스러움을 위해
볼륨을 주는 파마를 해드릴까 한다.
아마도 엄마는 더 젊고 예뻐지실 것이다.
돈이 얼마가 들든
엄마가 즐거워하시면 그걸로 됐다.
그렇게 함으로 인해 자식인 내가 느끼는
행복감은 더 크니까..
내가 딸이라서 그런지,
엄마가 딸 가진 부모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다 누렸으면 좋겠다.
같이 머리하기..
이런 것 또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니
머리 모양을 바꾼 나를 보며
첫째녀석은
“예뻐졌네~ 예뻐졌어~!!”
이러면서 더 좋아한다.
남편은 “더 젊어졌네~” 라며
미소 띤 얼굴로 한마디 해준다.
(그동안은...아니었나보다...)
이런 두 남자의 반응 덕에
나는 오늘 하루도 소확행을 느껴본다.
★ 책 속의 글귀
한번도 아내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하루 종일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선물을 샀습니다.
서른세 번째 생일에 서른세 개의 선물.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고 기발한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값비싼 선물로 서른셋을 채울 수는 없었습니 다.
머리핀을 샀고 머리띠를 샀고 와인을 샀습니다.
책 도 한 권 골랐고 예쁜 펜도 하나 골랐습니다.
꽃도 한 송 이, 음악도 한 곡......
이렇게 서른 두 개의 선물을 준비했습 니다.
마지막 서른세 번째 선물은 나(새로운 선물처럼 보이려고
깔끔하게 이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일 카드를 펼쳤습니다.
선물 세른세 개의 의미를 꼼꼼히 적었습니다.
서른세 번 사랑한다고 썼습니다.
지갑도 많이 얇아졌고, 다리도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면
피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아내의 행복을 핑계로 내가 더 행복해지고 말았습니다.
- 정철의 ‘내머리 사용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