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eongpyeongyull
율화백님 대문 진심 감사합니다 ^^
내가 다녔던 소아과 선생님들은
항상 지쳐있고 불친절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게 귀찮은 것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말 안 통하고 울기만 하는
아이들만 보는데다가
엄마들은 항상 같은 질문을 해대기에
감정없이 기계처럼 대하는 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아과뿐만 아니라 어느 병원이든
의사선생님들이 친절하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기에 나조차도 친절에 대한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우리 동네 소아과 선생님은
이런 내 생각을 바꿔 놓았다.
내가 그동안 다녔던 병원 의사 선생님들과는 달랐다.
이 선생님과 얘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바가 크다.
좋은 책 한권을 읽는 것보다 더 여운이 남는
깨달음을 얻고 오는 것 같다.
둘째녀석의 두 번째 영유아 검진이 있어서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일부러
한가한 시간으로 예약을 잡아준다.
그래서 의사선생님은 엄마들의 말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있고
나 또한 궁금한 것을 맘껏 물어볼 수 있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경청 - 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경 傾’은 사람人을 향해 머리가
기울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한자로,
상대방 앞으로 다가가 귀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청 聽’을 풀이하면 더 심오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마음 심心으로
이뤄진 형태다.
‘임금처럼 진득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눈을 크게 뜨고 사람을 바라보면
상대의 마음마저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선생님을 보고 있으면
‘경청’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의사선생님은
내가 초보엄마가 아닌 걸 알면서도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건 없는지 물어보신다.
그리고 내가 어떤 질문을 하든
‘그래, 모를 수도 있지,
궁금할 수도 있지,
그 마음 이해해’하는 표정으로
항상 잘 들어주신다.
그래서 그런지 질문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긴다.
둘째녀석이 요즘들어 새벽에 자꾸 깨서
비명을 지르며 울어대는 탓에
끊었던 밤중 수유를 몇 번 하게 됐다.
거의 돌이 다 되어가는 둘째녀석에게
이제는 밤중수유를 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배고파서인지 계속 깨는 녀석을 재울 방도가
그것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둘째녀석이 자꾸 새벽에 깨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다.
의사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사실 잠자는 거로 걱정을 안했는데..
엄마가 밭일하고 들어와 뻗어서 자니까
아이도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게 되고,
그러면서 수면습관이 갖춰지게 되고~
어렸을 땐 군것질 거리도 없고 해서
밥을 안 먹으면 배고프니
밥도 알아서 잘 먹고 그랬는데
요즘은 먹을 것도 많고
애를 한 둘만 낳아 키우다보니
신경도 많이 써야하고
그러니 더 힘들고..”
둘째녀석이 깨면 벌떡 일어나서 달랜 것이
오히려 수면 리듬을 방해한 것이라니..
그동안 첫째녀석에게 과자나 초콜릿 등
군것질 할 것을 줘 놓고
밥을 잘 안 먹는다고 잔소리를 해왔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더 신경써서 하려던 것이
해달라는 대로 잘해주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악순환의 발단이 된 것이다.
나 어렸을 때만 봐도 밥을 안 먹어서, 잠을 못자서
부모님이 애를 먹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아이 키우기는
지금보다는 예전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으니,
삶이 편해질수록 본질이 아닌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풍족하다보니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해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편해지고 풍족해진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선생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본받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소아과 선생님이 있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By @gomsee
감사합니다 곰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