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트코인 백서를 다시 읽어 봤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개인 간의 (Peer-to-Peer) 전자 화폐 시스템 (Electronic Cash System) 을 비트코인이라 명명 했습니다.
저는 이 비전을 가치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치를 자유롭게 전달한다."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에서는 디지털 서명과 해쉬의 연결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비가역적으로 만듭니다.
비가역적이란 되돌릴수 없다는 뜻입니다. 비가역성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또한 미래로 갈 수도 없습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니깐요. 저는 가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내 자신에게 비트코인을 100만원어치 사두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불가능합니다. 시간은 비가역적이니깐요. 후회해봤자 소용없습니다. 현재에 어떻게 움직이느냐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토시는 왜 데이터베이스를 비가역적으로 만들었을까요? 두 가지입니다.
탈중앙화 = 분산형
사실 제가 처음 비트코인을 봤을 때 제일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입니다. 하지만 사토시 개인 또는 단체 (백서에서는 we 라고 표기) 가 원했던 것은 바로 거래를 돌이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신뢰를 필요로 하는 중개 기관이 필요하지 않게되어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거래를 돌이킬 수 있다라는 것은 그것을 중재하는 기관이 있다는 뜻이고 그 기관에게 중재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작은 거래에도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사토시는 탈중앙화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개인을 없앤다라는 개념은 확실합니다.
물론 지금의 비트코인을 보면 전송비용이 어마어마해져서 사토시의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는 했지만 설계 자체는 그렇게 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중개인을 없애고 그 비용을 전체 구성원에게 돌린다는 개념으로 확장해서 보면 이는 매우 혁신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는 소수의 인원에게 이익이 집중되어 있고 인터넷의 기여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방식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를 탈중앙화라기보다는 분산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탈중앙화라는 단어는 어떻게 보면 기존 권력 체계에 반항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체를 만들기 위해
비가역적이라는 것은 무언가와 비슷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현실에서는 많은 것들이 일정 수준의 높은 비율로 비가역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로 만든 의자가 다시 원소로 돌아가기는 어렵죠.
데이터라는 것이 실체를 가지려면 이러한 비가역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돈이라는 데이터를 만들려면 더더욱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체인으로 연결되어 과거의 것들을 바꿀 수 없는 비가역성을 추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인과 블록체인을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처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코인을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이 만들어 졌고 블록체인을 만들기 위해 코인이 만들어 졌으니깐요.
여러분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은 사람들이 P2P 거래를 비트코인으로 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분산장부 시스템인 블록체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이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하는 시스템입니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라고 표현하기 않았습니다. 전자화폐 시스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보상에는 약간의 게임 이론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game)이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행위자들이 일정한 전략을 가지고 최고의 보상을 얻기 위해 벌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위키피디아)
일단 비트코인의 프로세스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가 B에게 1비트코인을 보냅니다.
이는 P2P로 구성된 노드들에게 전파됩니다.
노드들은 이를 블럭에 넣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작업 증명을 시작합니다. (PoW)
* 이 때 블럭에 노드들이 거래를 기록하는 이유는 수수료라는 보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드들이 암호 문제를 푸는 이유는 새로운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암호문제를 푼 노드는 코인으로 보상받기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블럭의 암호 문제를 푼 노드는 이를 다시 P2P 네트워크에 전파합니다.
전파된 블록은 유효할때만 노드들의 다음 블럭에 추가되며 노드들은 다음 블록의 작업을 착수하면서 그들의 합의를 표현합니다.
만약 블럭이 다르다면 다른 가지에 저장을 하며 가장 긴 체인의 정보를 참으로 받아들입니다. 보통 6블럭이 진행되어야 거래를 확정적인 것으로 보고 컨펌(확정) 합니다. 이는 악의적인 공격자가 자신의 거래 내역을 상쇄하는 이중 지불 문제를 방지 하기 위함입니다. 악의적인 공격자가 선의의 노드의 합보다 6블럭이나 앞서나갈 수 있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이해했습니다.
여기서 사토시는 교묘하게 각 주체들이 보상을 얻기 위해서 움직이도록 설계해놓았습니다.
노드들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새로운 블럭 형성과 거래를 중계하는데 보상을 받습니다.
사용자들은 거래를 통해 가치를 교환함으로 보상을 받습니다.
이는 코인과 블럭체인과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코인은 블럭체인을 통해 유지됩니다.
블럭 체인은 코인 발행을 통해 유지됩니다.
이렇게 해서 비트코인은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비트코인의 원리를 나름대로 이해해 보았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의 기능을 극대화로 끌어 올린 것은 거래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래소가 사고 파는 것을 쉽게 만들었고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이 생기면서 가격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가치 저장이 가치 상승을 만들어 내었고 가치 상승이 가치 저장을 만들게 된것이지요. 이 게임이 제로섬 게임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일입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많은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나의 이득이 누군가에게 손실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하지만 저는 파이가 한정되어 있다는 신화를 믿지 않는 편입니다. 만약 파이가 한정되어 있다면 지금도 수 없이 찍혀 나오는 지폐들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파이는 너무 소수의 인원에게 집중이 되어있겠지요.
만약 제로섬 게임이라면 자본 주의의 많은 부분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도덕적으로 행동하느냐가 조금 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나카모토 사토시가 지금 상황을 본다면 비트코인의 가격이 이렇게 오른 것이나 채굴의 난이도가 이렇게 높아져서 대형 채굴풀이 채굴을 하는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설마 이런것까지 고려했을까요...? 그가 미래에서 오지 않은 이상 가즈아나 급등락 등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이런 비전이 많은 이들의 손에서 개선과 발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삶에 적용할지는 아직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지루한 이야기나 코인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저의 삶을 어쩌면 많이 바꾸어줄 것 같습니다.
그럼 항상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바쁜 시간 가운데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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