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했는데 벌써 여름같습니다.
“점심때 삼겹살에 쐬주 어떠세요?”
갑자기 낮부터 웬 쐬주?
아까 박사장님도 보이던데 여럿이면
더 좋지.
만나면 보통 날씨얘기로 시작합니다.
벌써 날씨가 여름날씨같다는 둥,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는 둥 말입니다.
이어서 자연스레 골프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연부킹은 몇팀이나 했어?
“새로 들어온 신입이 8분이 있고
3분이 못나온다고 해서 9팀 했습니다“
못나오는 분이 누구신데?
“김회장님이 못나오십니다”
왜?
“걷지를 못하신답니다.
퇴행관절염으로 거동을 하지 못한답니다.
노인성이랍니다.
아~ 벌써?
병문안 가게 일찍 알리지 그랬나?
“별내면 별장으로 가서 좀 있겠다고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침에야 알려왔습니다“
자고로 싱글이라면 빽티에서 쳐야해.
화이트에서 치는 팀을 나무라시던 분.
골프룰 북을 골프가방에 가지고 다닐만큼
정확히 셈을 하는 분.
항상 카트보다는 걸으셨던 분,
버디를 세 개나 했다고 부부를 초대하여
한턱을 쏘신 분.
우리들의 롤모델인 스마트 시니어였는데
걷지 못하는 이동난민이 되셨다니
술맛이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인류에게 주는 신의 축복인
것을 미처 잊고 있었습니다.
걷는다는 것.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사람마다 자기만의 리듬을 가지고
이런 저런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걸어야겠습니다.
골프도 칠 수 있을 때 많이 치구요...
서울대幸福연구소에 따르면 행복감을 느끼는
순서는 걷기≻놀기≻말하기≻먹기 순이라고
합니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지난 겨울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금새 지난 듯합니다.
그렇게 처연하게 아프던 때도
지나고 보면 무엇이 그렇게아프게
했는지 기억 조차 없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오래된 트로트 가사 속에 진한 인생의
패이소스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