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저리 마음만 바쁘게 분주한 날.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오늘 만날 시간되우?”
항상 명랑하신 김회장님이십니다.
제가 존경해 마지 않는 분입니다.
네 오후 몇 시쯤 좋으세요?
저는 두시 이후면 괜찮습니다.
“이따 봐요”
전화하신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나 봅니다.
타석을 보니 젊은이 사이에서 열심히
공을 치고 계셨습니다.
“어 왔어요? 이거 한번 봐줘요”
네?
“한번 쳐봐요”
가볍고 낭창거려서 치기도 전에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거 레이디채 아닙니까?
“그래도 쳐보고 괜찮은지 봐줘요”
(.......)
이거 어떻게 휘둘러야하나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 몇 번은 임팩트 타이밍을 잡지 못해
휙 휙 산탄이 나왔지만 영점조정을
마치고 세게 쳐보았습니다.
3번 유틸리티인데 150미터 그물망에 탕 탕
부딪칩니다. 방향도 칠수록 중앙으로
모아지구요.
이 채를 새로 사실려구요?
“아녀, 집사람 사준 거 어제 라운드할 때
우연찮게 쳐봤는데 잘 맞더라고.
그래서 내가 쳐도 어떨까 해서...“
(음~) 그러셨군요...
헤드랑 샤프트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첨보는 브랜드였습니다.
뭐라 얘기를 해야 하나 혼란스러웠습니다.
같이 자주 내기하는 사이인데 나쁜 걸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잘 맞으면 괜찮은거 아니겠습니까?
곤란할 땐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란
생각으로 말하려는 순간,
‘내가 이 채를 쓰겠다고 작정한 걸
눈치챘을텐데 치지말라고는 않겠죠?“
“내 나이 70, 30년 넘게 골프를 치면서
이제서야 골프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어요.
골프채가 5스타면 뭐해요.
내가 내 골프를 못쳤어요.
남이 뭐라고 생각할까?
남들이 내 것이 5스타인지 뭔지
남들은 별 관심이 없는데 비싼 것으로 쳐야
잘 쳐진다고 착각했어요.
나한데 잘 맞으면 그것으로 끝인데 말입니다.
내 스윙 좀 봐달라고 하면
나 한테 그랬죠? 괜찮다고.
내가 알아요, 왜 좋다고 안하고 괜찮다고
했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겠어요.
누가 뭐래도 내 스윙을 사랑하라는 말이
었다는것을요.
좋다는 맞장구보다 괜찮다는 발전가능성.
얼마나 희망적인지 몰라요“
그렇습니까?
“이거도 괜찮은거라고 말할거죠?“
보자고 해서 만나서
쳐보라고 해서 몇 번 쳐보고
물어봐서 대답하려고 했는데
답도 그분이 다 하고만 셈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경험이라는
마음의 주름이 쌓여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체면과 명분을 고집하기 쉽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아닙니다.
자기 생각을 접을건 접고 새로운 깨달음을
선뜻 받아들이는 스마트한 분.
그래서 자기골프를 더욱 사랑하는 분.
존경스러웠습니다.
“담주에 지갑 좀 두둑하게 해서와요.
내일 식사 잊지말고요”
제가 따면 좋고, 잃으면 더 좋은
그런 분입니다.
핸디를 더 드리고 싶습니다.
잃으면 어떻습니까?
자기인생은 자기가 사는 거라는
무언의 가르침. 맞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