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위기 : 작업증명은 토큰링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가

hingomaster(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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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Bitcoin.org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소개 문구가 조용히 바뀌었다. 기존의 소개 문구였던 'Fast peer-to-peer transactions' 에서 'Fast' 가 삭제되었고, 'Worldwide payments' 는 'Borderless payments' 로 변경되었으며,  'Low processing fees' 는 'Fraud Protection' 으로 변경된 것이다. 아직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최근 비트코인 송금 시 송금자가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경우 Transaction Confirm 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제 비트코인 진영은 더 이상 낮은 수수료와 속도가 빠른 거래를 비트코인만의 독자적인 장점으로 홍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본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어 사이트에서는 아직 구 버전의 소개가 오늘 오후까지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홈페이지 소개글 변경 등 '잠수함 패치' 가 일어난 전과 후의 모습 비교

사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한계는 예고된 것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온라인 결제 업체 스트라이프는 오는 4월 23일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서비스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메이저 결제 업체 중에서는 최초로 비트코인을 받아들인 스트라이프의 이탈은, 블록체인 진영에 있어 상당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스트라이프 측은 비트코인의 퇴출 이유에 대해 '비싸고 느리다' 고 답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문제들은 왜 발생한 것인가? 이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이 출범한 이후 2010년 블록 당 데이터의 크기를 1MB로 제한한 이후 쭉 이 제한을 유지해 온 것에서 발생한다. #0 Genesis Block 과 그 직후의 시기에는 이 정도의 작은 용량으로도 얼마든지 거래를 통제할 수 있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지금 1MB 의 블록 용량으로는 수많은 거래를 단시간 안에 처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는 지난 2017년 개발자들이 SegWit2x의 합의에 실패하면서 비트코인 캐시(BCH)의 하드포크가 발생하며 1차적으로 표면화되었으나 당시에는 모든 블록체인 토큰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토큰 가격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고 많은 사람들이 슬그머니 Short Bias 의 세계로 끌려들어가려고 하는 지금, 스트라이프의 결정과도 같은 2차적 표면화는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채굴풀이 중국의 일부 업체로 집중됨에 따라 풀 P2P 노드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네트워크 상의 P2P 노드는 연간 15% 씩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토큰이 개발되면서 노드들이 새로운 토큰으로 빠져나가는 자연감소분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노드의 감소는 결국 Proof of Waste 를 불러일으켜 네트워크 자체를 붕괴시키고 말 것이다.

과거 Bitcoin 의 핵심 개발자였던 Mike Hearn 은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노드가 줄어들고 중국의 채굴풀이 통제하는 네트워크로  비트코인이 전락할 것이라는 데 대해 더욱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는가? 부족하지만 있긴 있다. 그러나 이전의 포스팅과는 달리 이 해결책은 비트코인의 미래에 그리 명확한 빛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느낌상 늘 최종병기 대접을 받지만 잘 써 보지도 못하고 막상 쓴다 한들 그리 큰 위력이 없는 과학닌자대 갓챠맨의 버드미사일 스트라이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더넷에 밀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사장된 '토큰링' 프로토콜이다. 토큰링 방식은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서구에서만 일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어엿한 인터넷 기술이므로 IEEE 802.5 로 당연히 표준화되어 있다.

응 안 돼, 못 쏴. 얼른 돌아가. 쏴도 쟤 안 죽어.

토큰링 프로토콜은 일방향 데이터 흐름을 기본으로 한 근거리 통신 프로토콜인데, 일정한 데이터 패킷을 지닌 제어 토큰이 다수의 노드 사이를 무한히 순환하며, 그 제어 토큰이 도달한 노드가 데이터 송신을 요청했을 경우 해당 노드만이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는 구조이다. 토큰링 도입의 핵심은 결국 채굴의 속도를 늦추고 이로 인해 보상의 감소를 막음으로써, 현재 4대 채굴풀이 독점하고 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신규 채굴풀의 도입 유인을 뒤늦게나마 제공해 보자는 것이다. 채굴 노드는 해시파워의 축적 뿐만 아니라 거래 검증에 따른 수수료 명목으로도 블록체인 토큰을 취득하기 때문에 채굴 노드가 다수 등장하게 되는 것은 거래 검증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의 네트워크 개선은 지난 2017년 한국통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숭실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짤막한 소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관련 링크

이는 해당 논문에서 구현한, 토큰링을 사용했을 경우의 블록체인 토큰 채굴 방식이다. 채굴 노드들은 현재처럼 모두 한 덩어리로 뭉쳐 동시에 채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채굴풀로 나뉘어져 네트워크의 제어 토큰이 자신에게 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블록체인 상의 각 블록에는 채굴풀의 ID가 더해져 블록 생성 후의 검증 작업에 활용된다. 블록 생성 자체는 모든 채굴풀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나, 제어 토큰이 위치하지 않은 채굴풀의 경우 생성한 블록이 폐기당하게 되며 정당성을 입증한 블록만이 타임스탬핑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장단점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우선 장점부터 살펴보자면 아무리 덩치가 큰 중국의 채굴풀이라고 할지라도 제어 토큰이 자신에게 도달하지 않는 경우 대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채굴풀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간다. 이러한 채굴의 공정성 확립은 채굴 노드의 증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인이 된다. 검증을 할 수 있는 노드가 다시 증가하면 수수료의 상승은 경제적으로 자연스럽게 억제되고 거래 속도는 다시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토큰링 방식은 마치 비트코인을 구원할 수 있는 구원자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일단 토큰링 방식 자체가 이더넷에게 밀려 몰락했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사용 빈도가 지나치게 낮은 프로토콜이기 때문인 것도 있거니와, 채굴 기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중국 측 채굴 노드의 반발이 매우 심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다른 블록체인 토큰의 숫자가 이미 상당히 늘어났으며, 지분증명의 세력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차에 비트코인으로 돌아올 노드가 있을지도 사실은 의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국 비트코인 역시 대안을 찾지 못하면 PoW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며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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