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여진이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 11일에 여진이라 생각하기에는 꽤 큰, 규모 4.6의 지진이 또 발생했습니다. 학계에서 이번 지진에 대한 해석이 조금 갈라집니다. 사실 이번 지진 또한 지난해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진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여진은 큰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서 땅이 크게 한 번 요동친 뒤 자리 잡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크게 기지개를 한 번 켠 뒤에 손목, 발목을 돌리거나 목을 푸는 움직임 정도로 생각하시면 쉽겠네요. 따라서 특정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한 여진은 대부분 같은 단층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지난해 포항 지진 이후 공개한 여진 분포도 입니다. 빨간색 별표가 5.4 지진의 진앙지고 노랑색 표시가 여진이 발생한 곳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양산단층을 따라 여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월11일에 발생한 지진이 여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은 왜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이번 지진의 경우 진앙지가 양산단층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분홍색 점으로 표시한 곳이 이번 지진의 진앙지입니다. 확실히 양산단층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지질자원연구원도 양산단층의 갈래 단층이 경주, 포항 지진 등으로 인해 힘이 응축됐고 그것이 이번 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2월11일 포항 지진은 지난해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볼 때 여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주 단층이 아닌 갈래 단층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새로운 지진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질문에 여진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라는 이도저도 아닌 답을 내놓게 됐는데요..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양산단층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양산단층이 지나는 동해안 지역에는 아시다시피 원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지진으로 인한 원전의 직접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때도 원전은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기 보다 이후에 찾아온 쓰나미로 인해 원전이 물에 잠기면서 문제가 됐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원전이 일본의 원전처럼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월11일에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4.6의 지진을 경주 월성 원전이 계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리, 한빛, 한울 원전 등에서는 계측을 했지만 진앙지에서 43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원전에서 지진을 계측하지 못한 겁니다.
원전은 제가 알기에 지진 등의 재해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춥니다. 원전마다 계측기가 있어 특정 값 이상이 계측되면 자동으로 멈추고 안전 시스템을 작동시키는거죠. 그런데 월성 원전은 계측조차 하지 못했고 당연히 그에 따른 대응도 없었겠죠.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건물의 내진설계야 법으로 제정돼 있으니 큰 문제가 없겠지만 - 물론 건설업체가 법을 잘 지키느냐는 차치하더라도 - 원전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국가적 재앙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작정 불안해 할 수만은 없습니다. 원전을 지금 당장 멈출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정보의 부재 때문입니다. 지진이 나면 원전이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한수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전에서는 안전을 위해 어떤 시스템이 운영되는지 등을 한수원이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원전이 진도 7까지 버틸 수 있다는 식의 답변은 아무런 정보가 되지 않습니다. 원전이 어떤 방식으로 지어져 지진에 안전하고 P파, S파에 따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고 안전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아는 것과 두루뭉술하게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자기 자랑만 늘어 놓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미비한 점은 어떤 점이고 앞으로 어떻게 보강해 나갈 것인지도 명확한 계획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번 지진을 월성 원전이 계측하지 못했다라는 정보도 어떻게 보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 시스템을 손 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어서 지진을 꽤 크게 경험했습니다. 실제로 경주 지진 때는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포항 지진 때는 아내, 아기와 함께 대피했습니다. 이후 지진 대피 가방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늘 불안감을 안고 지내고 있습니다. 큰 소리가 나거나 의자가 조금만 흔들리면 지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이번 지진에도 지진 발생 7분이 지나서야 알림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만약 더 큰 지진이 따라왔더라면 대피할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나은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