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나와 막내는 결혼을 했고 둘째는 아직 미혼이라 엄마를 모시고 산다. 우리도 어렸을 때는 참 많이도 싸우며 자랐던 것 같다. 특히 심성이 여리고 착했던 막내는 항상 언니들에게 양보를 했던 것 같고, 두살 터울밖에 나지 않았던 나와 둘째는 참 많이도 티격태격했다. 그래도 크고 나니 의지가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얼마전에 엄마집에 올라갔다가 신랑과 내가 잠시 언성을 높이게 됐다. 내가 장녀이다보니 큰 사위 역할을 해야하는 우리 신랑은 큰 불만없이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며 남자 형제 없는 우리집의 큰사위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에 반해 셋째 제부는 신랑과는 많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 신랑은 가족들이 모이면 으레 술한잔하고 동서들끼리 복작거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데 셋째 동서는 장모집에 와서도 절대 자고가는 일이 없을 만큼 우리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불편해 하는 눈치다. 물론 엎어지면 코 다를 만큼 가까이 사는 것도 있지만 제부의 성격이 원래 자유분방한 면도 있고,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잘 맞추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처가에 못하는 것은 아니고 엄마한테도 잘 하고, 기념일 같은 것도 잘 챙기며 기본적인 것은 깍듯이 잘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편한 우리 신랑과는 달리 막내 제부는 어딘가 모르게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사람이다.
우리 신랑이 그 동안은 잘 참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참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지방에 살기 때문에 맘먹고 일산에 올라갈때면 동생들과 계획을 세우고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족이 모두 애들을 데리고 고양 스타필드 키즈 놀이터에 가기로 한 날 용인에 세워두었던 제부 차의 차번호판이 없어진거다. 차번호판 없이 다니면 불법이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제부는 용인에 갔고 우리는 제부없이 하루종일 애들과 놀아주느라 하루를 보냈다. 제부가 CCTV를 확인해 보니 누가 제부차량을 충돌하고 뺑소니를 치고 달아났는데 그 충격으로 번호판이 떨어진 것이었다. 문제는 일을 처리하고 늦게 집에 돌아온 제부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쉬어 버리고 다음날 처가로 왔는데 그날도 일찍 집에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신랑이 참아왔던 감정을 드러내면서 나와 신랑간에 언성이 높아져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부모 입장에서야 자식들이 우애있게 지내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흐뭇할까마는 엄마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살다보니 형제간 우애 깊게 사는 것이 참 쉽지 만은 않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신랑의 할아버지는 전통 국악기 기능보유장으로 무형문화재셨다. 아들 다섯중 아버님을 포함한 아들 셋이 할아버님의 가업을 물려받았다. 형제들 끼리 가업을 물려받아 우애있게 오순도순 가업을 잘 이어가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지만 일단 돈문제도 걸려 있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신들의 주장이 커지다 보니, 또 저마다 가족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며느리의 입김도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보면 형제간 우애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할머니가 살아계시니 명절이고 제사때면 다 우리 시댁으로 모여 제사와 차례를 올린다. 문제는 술 한잔씩 들어가면 각자 본인의 입장에서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한마디씩 하며 언성을 높일 때가 있다. 그럴때면 집안의 장남이신 아버님은 그냥 잠자코 듣고만 계신다. 그러면서 동생들의 그 모습이 참 속상하셨나보다. 평상시에 어머님이 아무리 한소리를 하셔도 듣고만 계시며 일언반구도 없으셨던 아버님도 얼마전 딸들이 모시고간 여행에서 술한잔을 하시곤 속상한 속내를 내 비추셨단다.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끼리로 각기 제 소리를 내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뱃속에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뭉쳐 새로운 가족이 되었는데 어찌 불협화음이 없겠냐마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부모 입장이 되어 보니 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우리 세 아이들만이라도 서로 힘이되어주고, 친밀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된다.
내일이면 추석이다. 다들 어떤 모습으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바라는 추석은 비싼 선물이나 용돈을 받아 좋은 명절이 아니라 형제들끼리, 가족끼리 덕담 나누며 아이들 재롱에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명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