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인의 인연 中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들은
인연인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으니 사람의 얼굴만 봐도 어느 정도 그사람의 성품이나 삶의 궤적이 눈에 그려진다. 피천득 시인의 생전 모습이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에 그의 삶이 투영된 느낌이다. 삶의 고단함도 허망한 욕심도 그의 얼굴에서는 찾아 보기 힘드니 그는 분명 스스로 행복한 그런 삶을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40년 후의 내 얼굴에서도 이런 모습이 그려지기를 희망한다.
내 나이 이제 마흔하고도 하나. 돌이켜 보면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다. 어렸을때부터 난 사람을 참 좋아했다. 그런 탓에 어릴 때엔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이 마냥 좋은 줄 알았다. 그래서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동아리도 여러군데 가입해 보고 이리저리 바쁜 생활을 했고, 직장에 취직해서도 여러 부서를 전전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겼다. 그런데 한해 두해 지나고 보니 무조건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해서 그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깊이 있는 관계가 유지되기 보다는 얇은 일회성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어쩌다 다른 부서로 발령나서 떠나시는 분과 헤어짐에 익숙하지 못해 눈물바람을 보인 적도 있었고, 나 혼자 다른 부서에 발령나서 그동안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나혼자 외계의 다른 혹성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들 아니면 안 될 줄알았건만 딱 3개월이면 다시 새로운 사람들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되었던 것 같다.
그런탓에 나이를 먹고 나니 새로운 인연에 가슴이 설레지도 떠나는 인연이라고 해서 크게 마음 쓰려하지 않는다. 또 새로운 인연에 적응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헤어짐은 참 익숙하지 않다. 직장생활을 하면 너무도 쉬운 만남과 헤어짐의 경험이지만 아직도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은 가슴을 먹먹하게도 하고, 순간 순간 아쉬움이 밀려 들게도 하는 그런 것 같다. 특히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 사람이 빨리 인사발령이라도 나서 떠났으면 싶은 사람이 있다. 또 오랫동안 함께 머무르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일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주고 하급자를 덜 힘들게 하는 사람을 나는 선호한다. 나도 언젠가 진짜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런 상사가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헤어짐을 아쉬워 한다면 그것만큼 성공한 직장 생활이 또 있을까?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진짜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나도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비록 온라인상의 인연이지만 모두의 삶에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기를 바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