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군가 나에게 '왜 이렇게 일을 죽어라 열심히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물론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애 셋인데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어야지요.앞으로 얼마나 더 직장을 다닐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저랑 같이 들어온 남자 동기들은 벌써 승진했어요. 저도 올해에는 승진해야지요.
"여자니깐 어쩔 수 없지" 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요. 출산과 육아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그건 상사나 동료나 다르지 않던데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면 바로 싫은 티를 알게 모르게 내더라구요.
월급 받잖아요. 최소한 월급 받는 만큼은 일해야죠.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5단계로 구분했다. 인터넷만 찾아보면 그 5가지 욕구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 굳이 하나하나 열거하며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살면서 진짜 잘 구분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이 배고프고, 추우면 안전의 욕구, 사회, 존경의 욕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당장 못 먹어 죽게 생겼는데 편안하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낭떠러지에 있는 과일 하나라도 목숨 걸고 먹으려 하지 않을까.
나야 먹고 사는 걱정이 없으니 위에서 언급한 열심히 일하는 이유들이 모두 자극을 주고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닌것 같다.
결정적으로 나는 누군가로 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나 이런 사람이라구요'하기위해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이었다면 상사가 내 업무에 대하 지적하거나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의욕을 상실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속상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로부터 내 능력에 대해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을 때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마구 마구 샘 솓는다.
그런데 요즘 집안일이 너무 하기가 싫다. 피곤함이 겹쳐일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 보니 집안일은 잘 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트집을 잡히기 쉽상이다.
엄마! 내 옷 아직 안 빨아놓은거야? 오늘 입을려고 했는데..
여보! 오늘 국이 왜 이렇게 짜. 무슨맛이 이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만 해도 매일 아침 투정이 많다. 피곤한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간신히 밥해서 대령했더니만 누룽지밥 달라고 하질 않나 누룽지밥 해 주면 밥달라고 하니 가사노동에 인정이나 칭찬을 받기란 참으로 쉽지가 않다.
그러니 가사노동이 힘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또는 와이프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엄마니까 아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칭찬이나 인정에 목말라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엄마들의 가사노동이 자아실현 욕구가 되기 힘든건 아닐까. 인정의 욕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자아실현 단계까지 갈 수 있음에도 그 이전에서 멈추어 버리니 말이다.
인정이나 칭찬도 없는 참 재미없는 노동을 묵묵히 하고 있는 그대들의 엄마와 아내에게 오늘은 일부러라도 칭찬과 인정을 해보는 건 어떨까.
역시 우리 엄마는 깔끔덩어리. 엄마는 정리 하나는 진짜 세계 최고인 것 같아.
애들 보느라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찌개까지 끓여놓은거야? 이 맛에 내가 집에 빨리 들어오고 싶었다니깐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