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유튜브가 구글에 1조 8천억에 인수되었다. 유튜브는 그 어떤 실물 가치도 지니지 않았는데, 2조원에 육박하는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저 사람들이 동영상을 올릴 수 있고, 남이 올린 동영상을 볼 수 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이 가치가 생겨난걸까.
유튜브의 가치는 그 네트워크에 참여한 사람들의 활동의 총합으로 책정되었다. 이 사람들이 더 활발하게 유튜브에서 활동할수록 유튜브의 가치는 더 올라가게 된다. 1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의 가치는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게 디지털 경제에서 무형의 가치가 생겨나는 원리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겼다. 유튜브의 가치를 증대시킨 것은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활동을 한 사람들인데, 실제 가치를 현금으로 바꿔 챙긴 건 유튜브 창업자들이니, 이게 공정하냐는 거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거니까.
디지털 경제에서의 이 불공평함을 암호화폐를 통해 풀어보려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스팀달러라는 암호화폐와 결합된 스팀잇이라는 서비스다. 우선 개념이 재밌다. 스팀잇에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해당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 그러면 글을 쓴 사람에게 스팀달러가 생겨난다. 비트코인의 채굴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스팀달러는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연금술처럼 보인다. 자기 돈을 넣은 사람은 없는데, 스팀달러의 발행량은 계속 증가한다. 지금 스팀잇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꽤 많은 자산을 획득하였다. 이게 사기가 아니고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근데, 아까 말한 유튜브의 가치 생성과정과 겹쳐보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스팀잇은 유튜브의 초기 가치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유튜브는 그 가치를 창업자가 모두 챙긴 것이고, 스팀잇은 그 가치의 많은 부분을 서비스 발전에 공헌한 실제 유저들에게 암호화폐라는 매개를 통해 나눠준 것이다. 왕서방이 독점하던 디지털 경제의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이 실험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암호화폐 시스템이 목표로 하는 것이 과도하게 독점된 부의 재분배 혹은 공정한 분배라는 점에서 이 실험을 의미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