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빛 눈동자의 소녀2

hansangyo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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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즐거웠습니다. 함께 신촌거리를 거닐고 때로는 홍대앞 클럽을 찾았습니다. 눈내리는 날 백마역에 내려 눈싸움도 하고 딩굴기도 하다가 언 손 녹이며 막걸리도 마셨습니다.

한번은 발길 닫는 대로 락카페에 들어갔는데 초등학교 교실만한 객석은 어깨가 부딛칠 만큼 복작거렸고 교단만한 무대에선 무명의 밴드가 노래인지 고함인지 암튼, 내지르고 있었습니다.
"말 달리자- 말 달리자-" 하고
누군지 짐작이 가시나요?

들국화 콘서트를 갔습니다. 그날따라 전인권이 가사를 틀려 멋적게 사과하고 다시 노래를 시작 합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단 둘이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친구들과 혹은 내 친구들과 혹은 다 함께 어울렸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저만 조용한 카페에서 보자더니 본국으로 전출명령이 나서 한국을 떠나게 됐다는 겁니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저에게, 결혼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정말 뻔하고 맥빠진 대답을 하고 맙니다. 군대에 가야하고, 학업도 마쳐야 하고...

환송회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친구들과 제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취기가 오르자 다시 묻더군요.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리고

떠났습니다.

몇 번 전화가 왔습니다.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 보고 싶다.
나도 그래. 거기 날씬 어때?...

그리고 잊혀져 갔습니다. 아니 마음 한 켠 간직했습니다.

눈내리는 밤, 피노 대니의 그림을 보다가 그녀의 이름을 되뇌어 봅니다.
그녀의 이름은...

피노의 여인.jpg
Pino Dae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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