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연고 없이 제주도에 내려왔지만
사실 우리 아부지는 제주도 사람이다.
그치만 할머니도 친척도 모두 육지에 계시니 제주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아빠랑 할아버지랑 나누던 대화를 듣고 자라서
제주 사투리가 어색하지는 않다. 그 때도, 지금도 잘 못 알아들을 뿐.
아빠는 소 타고 다니며 풀을 먹였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 중에서 천제연 폭포가 제일 좋다고 했다.
아빠는 4색 볼펜이랑 고로케를 좋아한다.
형광등을 ‘후’ 불면서 끄는 장난을 좋아한다.
아빠는 예뻐서 세수 안하고 자도 된다고 얘기하고
철봉에서 거꾸로 빙글빙글 돌거나 물구나무 서기를 잘하셨었다.
아빠는 글씨를 멋지게 잘 쓰신다.
멋진 글씨로 세뱃돈 봉투에 덕담을 써 주신다.
여건이 되면 언제까지고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대학원에 가도 지원해주신다고 했지만 난 안 갔다.
손주들 이름만 꺼내도 세상 다 가진 표정을 지으신다.
가끔 그런 아빠가 보고 싶어 운다.
이건 다 제주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