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01. 나는 또 먹었다.
결국 또 먹고 말았다. 이제는 폭식을 줄여야 겠다고 다짐했건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정신없이 음식을 흡입하고 있었다. 변명할 거리는 많다. 파파이스 앞을 지나가는데 치킨 냄새가 강하게 풍겨오는 게 아니겠는가. 게다가 할인행사까지 하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치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그 유혹을 버텨낼 수 있는가. 쉬이 그럴 수 있다면 그런 당신이야 말로 자제력의 신에게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그 신에게 미움 받고 말았고, 탐욕의 신과 손을 잡고야 말았다. 그래서 치킨을 사먹었다. 콜라와 감자튀김까지 더해서.
그렇게 먹었으면 맛보기로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했다. 집에 가는 길에 너무 많이 먹어서 하마터면 위에서 음식이 역류할 뻔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나는 또 다시 후회하고 만다. 이것은 늘 반복된다. 하도 이제는 양심이 아파하는 시간도 지극히 짧다. 그러나 요즘에는 꽤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늘어난 살도 살이지만,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건 얇아진 지갑 사정 때문이다. 과소비 되는 음식 지출 내역만 줄여도 좀 더 여유로운 한 달을 살 수 있다는 계산 결과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먹는 일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생각에 불과하다. 내 식욕은 도저히 억제하기 힘들다. 배는 시계처럼 먹을 때가 되면 꼬르륵 거리며, 모든 기운을 빠지게 만든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먹어야 한다기에 그런 생리 현상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좀 조용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해야할 일을 머릿 속에서 지우고 오직 먹을 곳만 찾아 거리를 쏘다니게 만든다. 굳이 먹어야 한다면 적당히 싸고, 양이 되는 음식을 먹으면 좋겠지만, 항상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그 반대다. 그러다보니 만원은 우습게 식사비로 쓰게 된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내 식욕은 왜 그렇게 발달했을까. 뭐가 그리도 그의 몸집을 불려 놓았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의 영향이 크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완전히 비만이었지만, 중학교가 되면서 상당히 많이 빠졌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그랬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잠복기였던 식욕이 다시 폭발하게 되었다. 그것을 깨운 건 입시 스트레스였다. 미래를 알 수 없던 상황에서 나는 적은 용돈으로 최대한 많이, 기름진 걸 잔뜩 사 먹었다. 2인 분용으로 팔던 만원짜리 푸드코트 탕수육이 당시의 내 최고 식량이었다. 그러다보니 살이 찌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며, 식욕도 비례해서 늘어났다. 군대에 가서 이것을 고쳐 볼까 했지만, 넣는 것은 쉽다지만 빠지는 건 역시 어려웠다. 오히려 더 먹게 되었다. 말하지 못할 사정까지 생기면서 먹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일이 매일 있게 되었다. 오죽하면 군의관이 줄이라고 하며, 취사병이 '좀 그만 좀 드시라'라고 했겠는가.
여하튼 폭주하는 식욕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남에게 딱히 화를 내며 풀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나름의 취미인 SNS로 그것을 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배부름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안정이 내게는 큰 위로였다. 그러나 결국 지금에 와서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했던 행위가 나를 옥죄고 있다. 또한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서 정신 세계를 망쳐 놓는다. 어찌해야할까. 답은 두 개다. 그걸 또 먹을걸로 풀거나, 다른 해소 방법을 찾던가. 당분간은 전자에 의존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후자로 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악순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