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 같지 않으리만큼 조심스럽게 산다면야 모를까.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삶은 없다. 그리고 그런 삶 같지 않은 삶은 그 자체가 실패다.
– J.K.롤링
'삐-'
이명이 들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심장과 같다고.
전기 자극이 없으면 뛰지 않는 심장처럼, 자극이 없는 인생은 뛰지 않는다.
'삐-'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어쩐지 심장이 멈췄을 때 나는 기계음을 닮았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골치 아팠던 질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과 거기서 얻은 것을 쓰시오.’
다른 하나는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와 거기서 얻은 것을 쓰시오.’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은 귀 사에 입사 지원하는게 가장 큰 도전이요, 만약 떨어진다면 가장 큰 실패였다.
딱히 소개할 만한 성공도, 실패도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보니, 자소서는 자소설이 되어있었다.
자소설은 공모전에 당선됐다.
20대 후반, 인생은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집에서 회사로, 다시 회사에서 집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소설 속의 도전과 실패가, 여전히 인생의 가장 큰 도전과 실패였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도전하지도, 실패하지도 않는 삶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도 되는 걸까?
시간은 정말 흐르고 있는가?
반복되는 패턴 속에 혹시 고여 있는 건 아닐까?
물이 고이면 썩듯, 시간도 고여서 썩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이 썩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불현듯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고? 야, 그게 인생을 투자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삶은 그저 존재하는 것(to be)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가는 것(to become)에 대한 것이다.
– 엠제이 드마코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예외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도전도 실패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삐-'
이명 소리는 인생의 죽음을 알리는 경고음이었을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승으로 향하는 배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이승을 떠도는 배보다 좋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