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집에
간간히 스치는 바람만이
조용히 생기를 대신하고
문득 눈에 보인 건
바닥에 뒹구는 쪽지
다가가기 두려워 바라보는데
바람이 알아채고 펼쳐주었지
삐뚤빼뚤 그려져 있는
엄마 아빠 나 강아지
무언가에 홀린 듯 걸어가는데
문득 귀에 들린 날이 선 굉음
어느새 내 눈 앞에 나타난 건
살벌하게 다투는 여자와 남자
구석에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몸을 떨며 다가오는 개 하나
아, 이번에도
꿈에 속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