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솜처럼 축 쳐져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창 밖으로 해가 뜨고 환하게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하루종일 꼼짝도 못한채 누워만 있었다.
머리맡에 노트북이 있었지만 켜는 것조차 힘겨웠다.
핸드폰에는 쌓인 톡이 999개가 넘어 확인하지도 못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한없이 우울해지고 마음 속 깊이 가라앉는 날이.
다른 사람과 연락하기조차 어렵다.
내 기운이 그 사람에게까지 전염될까봐.
대개 하루이틀이면 괜찮아지니 말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겨우 확인한 핸드폰 단톡으로는 평소를 연기한다.
괜한 걱정을 만들고 분위기를 흐리기 싫어서.
대신 이 사진을 다시 꺼내 한참을 쳐다보았다.
사진은 교토 아라시야마의 텐류지라는 사원이다.
그 뒤쪽 정원을 한참이나 걷다가 이 분을 보고는 굳어버렸다.
그리고 쭉 지켜보았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을.
그 뒷모습에서 어떤 아우라가 느껴지는 듯했다.
햇살비치는 곳에 앉아 가만히 명상에 빠진 그의 모습.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생각조차 없이 무아지경에 이른 것일까.
그렇게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정원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포함한 그 시간을 함께.
따뜻한 햇볕을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그 당시의 시간이 떠올라 치유가 되는 듯했다.
조금 있다가 해가 뜨면 조금이라도 햇빛을 쬐러 가야겠다.
교토 아라시야마의 텐류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