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스팀잇 한 달의 소회

gonair(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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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한 달의 소회



자정이 넘었습니다. 일일 일포(1일 1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 키보드 위에 일단 양손을 올리고 모니터를 응시합니다. 어제는 며칠만에 Today’s obituary(오늘의 부고)를 쓰기 위해 검색을 하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한 인물에 대한 기억보다 대형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그 분들의 의미를 지금 살아남은 자는 간과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가 사라지고 역사와 기록만이 남아 그 이름 없는 사람보다 유명인 한 사람의 이름으로 오늘이 기억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우리의 이웃들이였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나와 내 가족이 뒤바뀌어 있었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의 참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져보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갑작스럽게 죽어갑니다. 평창올림픽의 드라마틱한 경기와 메달 획득에 국내 신문과 방송이 떠들썩한 그 날에도 지구 반대편에선 고등학교 내에서 동급생을 향한 무차별 총격이 있었고 그 땅 아래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구촌 시대라고 호들갑이지만 이 어쩔 수 없는 속지주의는 Korean peninsula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세계 각국의 손님을 모셔놓은 안방 행사를 외면할 수 없는 주인 입장이 있긴 합니다.

스티밋에 가입하고 한 달 남짓 되어갑니다. 솔직히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평판점수와 보팅파워를 보면서 재미가 납니다. 물론 대부분이 포스트의 내용을 본 분들이 눌러주는 좋아요가 아니라 내 돈 주고 산 스팀달러를 고래에게 맡겨서 다시 내게 보팅하게 하는 자가발전일지라도 이 시스템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한편으론 지금 익히는 영어가 내 모국어처럼 편해진다면 한시 바삐 이 좁은 스티미안의 한반도를 넘어가고도 싶은 마음도 간절합니다. 선의의 착한 사람들도 많지만 오로지 이익만을 향해 질주하는 돈벌레들의 착한 척, 예의 바른 척, 너그러운 척하는 척신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남의 것을 표절하고도 당당하고 그걸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적당히 웃어주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의미없는 댓글들이 난무합니다. 뭐 이런 현상들도 어느 곳에나 으레 있기 마련인 큰 흐름에서 일어나는 작은 부작용일 거라 자위합니다.

그렇다고 영어권 커뮤니티가 우리와 별반 달라보이지도 않습니다. 제가 주로 스팀달러를 보내는 민나우부스터를 향한 장문의 아부성 포스트를 작성하고 리스팀에 딸랑거리는 제3세계 국가의 스팀잇 영맨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긴 마찬가집니다. 그래도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는 다르겠지 싶어 히잡을 두르고 수줍게 서툰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사진 한 장과 가입인사 남기는 어느 섬나라의 처자들에게 보팅에 팔로우를 하고 나가려다 지갑을 보니 죄다 한 남자에게 송금하고 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 보니 추측컨대 사진만 어디서 빌리거나 훔쳐온 가짜 계정들임에 분명합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단발마적으로 베푸는 값싼 동정에 톡톡히 재미를 본 누군가의 뒤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이겠지요. 단돈 1달러로 하루 생활이 가능한 나라에선 스팀잇의 생태계가 훨씬 더 절박하고 간절할 겁니다.

1988년 한겨레 신문이 창간될 때 주식 일일시세표를 신문지면에 반영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자본의 꽃이란 칭송부터 건강한 봉급생활자들을 좀 먹는 투기판이란 비아냥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후자가 지배적이였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우린 자본주의를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탐욕의 속성을 너무 간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타와 연대의 그 먹먹한 달콤함에 젖어 ‘한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이란 수사에 감격하며 선비적 지조를 지키는 것이 멋스러운 때였습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였지요. 굶어죽을지언정 군사정권의 주구노릇을 한다는 것이 결코 자랑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엄청난 온도차입니다. 지금 제가 그러합니다. 전 저들처럼 지사적이지도 못했고 열심히 토끼춤 추며 놀던 날라리였지만 그리고 여분의 남는 돈도 없었지만 있다 한들 주식은 해서는 안 되는 금기이자 가난한 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영국 가디언지에 우호적으로 소개된 비트코인을 접하고 몇 년 후 한국에 상륙한 암호화폐 시장에 덜컥 돈을 집어넣습니다. 거기다 더해서 블러그도 그 흔한 카톡도 안하는 제가 스팀잇에 가입하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주절거리고 있는 겁니다.

지나치는 건물 수만큼 흔하디흔한 돈벌레로 전락하는 것이 광대의 줄타기처럼 위태위태한 이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다시 구경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떠할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일 일포 그것만이 분명할 뿐입니다.
아! 길 위에 서고 싶은 밤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공지>
이 포스트는 셀프보팅된 포스트입니다.
더해서 보팅봇들을 이용해서 제 스스로 가격을 매긴 포스트입니다.
혹 포스트 내용에 비해 지나친 보팅 금액을 보시고 언짢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분이 계실 것 같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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