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그늘 속에 갇힌 당신이 있는 곳. 어둠 뚫고 두려움 너머 숨어 있는 그댈 찾을게요. 나를 믿어요. 그대 음성 그대의 얼굴 알아볼게요.” 이것은 극중에 나오는 넘버 중 하나인 <내 사랑>의 가사이다. 원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다른 버전으로 각색해 새롭게 만들어진 뮤지컬인 [팬텀]. 공연 속에서 팬텀은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인물로서 크리스틴을 짝사랑하나 당당하게 나서질 못해 늘 뒤에서 그녀를 돕는다. 이것은 원작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가면을 썼을 때만) 당당하고 권위적인 팬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공연을 보다보면 원작에서 나오는 인물은 같으나 그들의 포지션이 다르다는 점과 이야기를 풀어내고 결국에 맞는 엔딩이 전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식상함 보다는 궁금함과 흥미진진함으로 공연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뮤지컬 [팬텀]의 시놉시스이다.
「화려한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악보를 판매하는 크리스틴 다에. 그녀의 매력에 매료된 필립 드 샹동 백작은 그녀에게 오페라하우스의 극장장인 제라드 카리에르를 찾아가 음악레슨을 받을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뇌물로 오페라하우스의 극장장 자리를 꿰찬 숄레와 그의 아내이자 디바인 마담 카를로타에 의해 제라드 카리에르는 하루 아침에 해고된다. 극장 안을 멋대로 헤집고 다니던 숄레와 카를로타가 거만하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순간 그들을 향해 쪽지 한 장이 떨어진다. 예전부터 계속된 괴상한 소문에 사람들은 팬텀이 한 짓이라 수군거리고 제라드 카리에르는 숄레에게 팬텀이 제시한 규칙을 이야기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한다. 샹동 백작의 소개로 오페라하우스를 찾아간 크리스틴은 하필 형편없는 실력에도 권력을 이용해 주인공을 맡고 있는 카를로타에 의해 의상보조로 고용된다.
한편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을 지녔으나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사람들을 피해 오페라하우스 지하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는 에릭은 오페라하우스의 새로운 디바 카를로타의 형편없는 노래 소리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천상의 목소리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크리스틴의 노랫소리를 듣게 되고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에릭은 그녀를 오페라하우스의 새로운 디바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매일 밤 비밀스러운 레슨으로 그녀가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준다. 크리스틴은 에릭의 도움으로 최고의 실력을 갖추게 되고 허영심 많은 카를로타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사악한 음모로 크리스틴의 데뷔 무대를 엉망으로 만든다. 이에 분노한 에릭은 카를로타에게 끔찍한 복수를 감행하고 경찰은 그의 비밀 은신처를 찾아 오페라하우스를 샅샅이 수색한다. 한편 에릭과 함께 그의 은신처에 숨어있던 크리스틴은 그의 슬픈 과거와 감춰졌던 진실을 알게 된다.」
뮤지컬 속 팬텀인 ‘에릭’은 너무나 순수하고 음악을 사랑한, 그의 존재야말로 음악의 천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한 인물이었다. 그의 과거를 전혀 알 수 없던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과 달리 뮤지컬 [팬텀]의 에릭은 그의 안쓰러운 과거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유년기에 그를 동정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그의 감정에 동조를 하게 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오페라의 유령]엔 있었으나 [팬텀]에는 없는 ‘라울’의 존재가 ‘팬텀’의 존재에 묻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하다. 남자 주인공이 정말로 전격 교체된 것이니 말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은 둘 다 팬텀의 비극적인 엔딩으로 작품이 끝이 난다. 하지만 그 비극의 정도는 우리에게 다른 느낌과 다른 정도로 와닿는다. 좀 더 인간인 ‘에릭’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그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게 돕는 뮤지컬 [팬텀]. 이러한 점 때문에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페라의 유령]보다는 [팬텀]의 쪽이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새롭게 각색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어떤 작품들보다 음악적이고 감성적으로 무대를 구성하는 작품인 [팬텀]. 그의 바뀐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중에 꼭 한 번 관람해보기를 추천한다.